왜 욕먹는 사람이 되기를 자처하는가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4/28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싸우는 걸 많이 봤습니다. 주로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아버지는 굽힐 수 없는 자신만의 정치색을 갖고 계셨고, 잘 모르는 사람과도 정치 이야기를 하려다 멱살 잡이까지 가곤 했습니다. 어릴 때는 아버지였기에, 그저 아버지가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아버지 때문에 정치 이야기는 중요한데 왜 싸우기만 할까, 좀 더 생산적인 토론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커서는 아버지가 싸우는 대상이 제가 됐습니다. 저 역시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정치에 남다른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스무살이 넘고는 아버지와는 다른 정치색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함께 뉴스를 보다가 툭 하면 싸웠습니다. 언성이 높아졌지요. 아버지는 술을 너무 좋아하셨고, 늘 술을 드신 상태에서 큰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저는 늘 제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집안은 늘 시끄러웠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여행은 장기간의 걷는 여행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스타일의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럽인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과 술 한 잔을 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누게 됐습니다. 신기했습니다. 그들은 정치 이야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꺼내더라고요. 한국에서 제가 정치 이야기를 꺼내는 대상은 아버지가 아니면, 함께 스터디를 하는 친구들 뿐이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생판 모르는 제게도 정치 이야기를 하더군요. 심지어 한반도의 정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다른걸까, 얘네들은 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걸 망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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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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