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서울 하늘 아래 울려 퍼진 총성 - 무장탈영병 도심 총기난동 사건(1993)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2/03
최후까지 저항하던 임채성을 제압한 직후, 그가 쓰러진 명륜동 골목을 봉쇄한 모습. 출처-한겨레
무장탈영병, 철원에서 서울까지 무사통과
   
1993년 4월 19일 새벽 3시 45분, 강원도 철원 15사단 전차중대에서 임채성 일병이 중화기로 무장한 채 탈영했다. 임채성은 군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부대원들과도 갈등이 많았던 문제 사병이었다. 그는 현역병으로 군 생활을 시작하기 전 단기하사관으로 입대해 복무했었는데, 그 시절 이미 한 차례 탈영했던 전과가 있었다. 그는 하사관학교에서 쫓겨난 뒤 다시 병으로 입대하는 조건으로 징역을 면한 바 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는 이미 관심 병사로 등록돼 평판이 좋지 못했다. 
   
임채성은 탈영 직후 인근 마을로 잠입했다. 한 농가로 들어가 옷을 훔쳐 갈아입고, 집주인 남씨를 인질로 잡았다. 이후 총으로 위협한 채, 남씨의 승합차를 운전케 해 서울까지 이동했다. 남씨를 인질 겸 운전사로 삼은 셈이었다. 철원에서 포천, 의정부를 거쳐 서울까지 오는 길에 수많은 검문소가 있었지만 사복을 입고 있던 임채성은 별다른 검문을 받지 않고 무사통과했다. 왜냐하면 소속부대에서 탈영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즉각적으로 무장 탈영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경찰에 상황 전파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사건을 축소하고 스스로 수습하려다가 무장탈영병이 몇 시간도 안 돼 서울로 진입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경찰이 상황을 파악한 것은 인질로 붙잡힌 남씨의 가족이 경찰에 무장탈영병에 의한 납치 사실을 신고하면서 부터였다. 전국 경찰에 검색 강화와 수배 명령이 떨어졌으나, 이미 늦은 후였다. 서울 진입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지나려던 광릉 검문소에서 임채성의 행적을 수상하게 여긴 근무자들에게 잠시 제지됐으나, 상부에 보고하는 사이 강제로 차를 몰아 도망쳤다. 임채성은 마지막 관문인 퇴계원 검문소마저 통과한 뒤 이내 서울 동대문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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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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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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