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와 동성애 혐오 : 마사 누스바움의 혐오 담론으로 다시 읽는 퀴어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10/18
혐오를 지지하는 자, 혐오를 방조하는 자.


2018년 가을 무렵,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처음으로 인천 퀴어 문화 대축제의 막이 올랐다. 사랑과 기쁨이 넘실거려야 할 그날, 보수 개신교 신자들을 중심으로 가해진 집단 린치로 인해 축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퀴어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부러뜨리고, 축제 물품을 나르기 위해 준비된 트럭 타이어에 펑크를 내고, 부스와 좌판을 설치하지 못하게 막고, 공연 물품을 훔치고, 성 소수자들을 향해 "지옥으로 꺼져버려."라며 온갖 욕설을 퍼붓는 동안 수 백 명의 퀴어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2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장장 5시간에 걸쳐 걸어야 했다.

경찰들의 비상식적인 행동도 난장판에 한몫했다. 주최측은 정당한 집회 신고를 마쳤지만 반대파들은 불법 집회로 거리를 점거했다. 경찰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제지는커녕 참가자들이 광장 모퉁이에 몰려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도록 방치했다. 심지어 자기 손에 들려 있던 확성기를 신도들에게 넘겨주며 혐오 발언을 지지하는 동조자로 현장을 지켰다.

보수 개신교도들은 성인용품 판매와 과도한 노출을 이유로 퀴어 축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직 가치관이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해당 물품과 행위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도들의 우려와 달리, 행사장에는 퀴어를 모티프로 제작한 스티커와 액세서리 등으로 가득차 있었고, 노출증을 연상케하는 의상을 입고 온 참가자도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성 소수자들을 향한 극단적인 혐오 폭력을 저지르게 했을까? 이제는 퀴어 문화 축제 영혼의 단짝이라 명명해도 과언이 아닌 보수 개신교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혐오의 비밀을 파악해야 한다. "누가 혐오를 조장하고, 어떻게 혐오가 실행되는가?", "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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