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3/11/15
*사진출처: Photo by Diana Polekhina on Unsplash




얼굴에 감각이 없다. 누군가 내 눈을 천으로 가린 상태다. 그리고 들려오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


  ‘아~ 입을 크게 벌리세요.’


  나는 지금 치과에 누워있다. 나와 반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랑을 아니, 사랑니를 떠나보내기 위함이다. 마취 주사를 맞았더니 입술과 턱 주변이 얼얼하다. 곧 발치를 시작할 텐데 무척 긴장된다.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치과 공포증이 심한 편이다. 사랑니는 뿌리가 물렁한 20대 때 빼야 베스트라던데 나는 미루고 미루다 결국 40대가 넘어서 하게 되었다. 나이가 더 들면 덜 무서워질 줄 알았건만, 웬걸 더 무섭다.

  사랑니는 잘 뽑는 치과에서 뽑아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었다. 매복 사랑니의 경우 발치를 안 해주는 치과도 있어서 인터넷 검색을 무척 많이 했다. 어떤 사람은 신경을 잘못 건드려서 턱에 감각이 없단다. 어느 누구는 뿌리를 남기고 뽑았는데 그게 잘못 되서 한 번 더 잇몸을 쨌다고 한다.

  왜 이런 후기들만 내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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