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뒷집 세탁실의 작은 옥상이 내려다 보입니다. 평소에는 길고양이 몇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던 곳이었는데, 뒷집 마당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고양이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강아지들과 눈을 마주치곤 하던 저는 한동안 뒷집을 잘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세탁실 옥상 위에 고이 누워있던, 새 한마리를 발견하고난 뒤부터요.
제 손바닥정도 크기의 새 한마리는 며칠간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놓여있었습니다. 긴 빗자루를 사용한다면 거두어줄 수 있겠지만, 타인의 집이기에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손을 댈 수 없었습니다. 뒷집 사람들을 만난다면 이야기를 건네주자, 생각을 하고 며칠째 그 누구도 마주치지 못하였네요. 결국 아래층에 살고 있는 동생네에게도 이야기를 한 뒤, 일주일째 되는 날에서야 새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비가 오고 햇빛이 내리쬐던 그 곳에 방치되어 있던 새는 드디어 편히 쉴 수 있게 되었을까요. 쉼을 논하기에는 쓰레기 봉투 속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