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의 내밀함, 집은 물론이고 방과 방 안 사물들의 아늑함은 침묵으로 짜여있다. 18세기 들어 감수성이 예민해지면서 숭고미에서 영감을 받은 사람들은 사막의 헤아릴 수 없는 침묵을 감상했고 산과 바다, 들판이 침묵에 귀 기울였다.- 『침묵의 예술』 - 알랭 코르뱅, 문신원 역, 북라이프, 2017. 잠을 잘 수 없었다.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망치로 벽을 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시계 초침은 언제나 같은 보폭으로 걸으며 발자국 소리를 냈는데, 지난밤은 견딜 수 없는 시끄러움으로 다가왔다. 초침 소리를 듣지 못했던 날들은 어떤 날들이었을까.
방 안에 있는 대부분의 사물은 움직이지 않는다. 시계와 냉장고 정도만이 침묵을 깨는 소리를 낸다. 책들, 꽃병, 화분, 작은 돌, 모자, 의자, 탁자 어느 것도 함부로 침묵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바래지고 낡아가는 것들도 소리를 만들어낸다. 화분의 스투기와 선인장도 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