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강도 높은 노동으로 몸이 고될 때 윷놀이가 산소호흡같은 숨구멍을 내 준다. 윷놀이 한판에는 할아버지와 손주까지 온가족이 빠져들게 하는 흥미진진함이 있다. 앞서거리 뒤서거니, 잡기도 하고 잡히기도 해서 긴장감도 있고 아등바등해봐야 인생이 별거 없다는 단순한 철학도 담겨 있다.
부모님께 새배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서 재빠르게 상을 치웠다. 짝이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보고 할 사람과 빠질사람을 정해서 팀을 나눴다. 8명이 두팀이 되었다. 가족끼리가 아닌 조부모와 손주들이 섞어서 한 팀을 만들었다. 팀을 만들고 보니 우리팀이 왠지 약체 같아 보였다. 아이들 중에서 가장 얌전하고 말이 없는 두 아이, 그리고 나와 최고령 아버지가 한 팀이 되었다.
상대팀은 기가 세고 목소리가 큰 남편이 분위기를 몰아가고, 브레인 담당 형부는 말을 놓고, 분위기 메이커인 엄마가 도르륵 굴리기 기술을 펼치는 바람에 윷가락은 날개를 달았고 검은 말들은 전동 스쿠터처럼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