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막내 동생을 출산하고, 나를 할머니 댁에 맡겼다. 출산한 몸으로 어린 세 남매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난 의문이 생긴다. 첫째 언니가 아니라, 왜 나를 보냈을까? 언니는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 오롯이 혼자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충분한 애착을 형성했을 것이고, 말귀도 알아들을 나이였는데, 구지 아직 천둥벌거숭이 같은 나를 보내야 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왜 나여야 했는지, 엄마에게 물어본 후, 너무 솔직한 엄마의 대답에 나는 두 번 상처를 받게 되었다. 완벽히 엄마를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덜 짐이 되는 언니를 남기고, 더 짐이 되는 나를 보낸 것이다. 결정적으로 언니는 절대로 엄마와 떨어지지 않겠다고 떼를 썼고, 나는 할머니 손을 잡고 잘도 떨어졌단다.
할머니댁에서 나는 퇴행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서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하고, 잘 가리던 대소변도 가리지 못했다. 마음이 아프다고 몸이 말해주고 있었다.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