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레깅스를 입지 마오 : 선을 넘는 자들의 쓸모

이현주 · 사사롭고 소소한 이야기를 짓습니다.
2022/08/24
세상이 만들어 놓은 틀을 부수고, 편견을 깨며, 관습을 뒤집어 버리는 자유로운 영혼들은 인류 역사에 늘 존재해 왔다. 둔감해진 영혼들을 개안시키고 범인들을 영도하는 선각자적 존재. 몇 년 전 그 귀인을 요가 센터에서 만났다. 

   요가 센터에는 지정석 아닌듯 지정석인 지정석이 존재한다. 맨 앞 줄은 요가 좀 해 본 언니들의 전용석이다. 보통 복부에는 선명한 초콜렛 여섯 조각이, 등에는 성난 근육이 장착되어 있다. 인기가 아주 좋아 가장 먼저 매진 되는 자리는 거울 근처다. 요가복 속 자신의 모습을 꽤 마음에 들어하는 약간 나르시시스트적인 수련자를 위한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 출입문 근처는 1분 1초도 허투루 사용치 않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자들이 선호하는 자리다. 마지막 인사 ‘나마스테’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샤워실로 튀어간다. 

   그리고 이 언니들 사이 애매한 구석 어디쯤, 몇 안되는 남성 수련자들이 섬처럼 모여있다. 모종의 비밀 결의라도 한 듯, 하의는 대부분 검정색 반바지고 상의는 무채색 티셔츠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어느 평화롭고 평범한 날이었다. 수련 시작 전 매트에 앉아 사지를 이리 꼬고 저리 뒤틀며 몸을 풀고 있는데, 출입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수련장에 들어섰다. 약간 곱슬거리는 금발에 꽤 장신이었으며 무엇보다 미모가 아주 빼어났다. 나의 시선이 무조건 반사적으로 그에게 가서 착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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