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때보다 습하고 축축한 여름과 가을이라는 걸 화장실을 보며 느끼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세면대와 변기 바닥 정도만 닦아도 어느 정도 깨끗해 보이던 화장실이었다. 올해들어 타일로 된 벽과 칫솔 등을 올려두는 수납장, 세탁기까지 온통 검은 물때로 뒤덮였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버텨보았지만 이제는 더 참아주고 싶지가 않게 되었다.
추석 연휴 첫 날인 오늘, 머리를 감다가 말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벽과 거울, 휴지걸이, 수납장 안쪽과 바깥쪽, 세탁기 문과 외부, 변기 아래, 그밖에 잘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닦기 시작했다. 한 번 쓰고 버려야 하는 매직블럭(초극세사 스펀지)을 사용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을 바다에 내보낸다는 류의) 양심의 가책을 조금씩 느끼지만 화장실 청소엔 이만한 게 없다. 습한 날씨, 땀이 잠옷을 적셔오고 콧잔등에도 송글송글 맺힌다.
열심히 닦은 뒤 마지막으로 샤워기를 틀어 시원하게 구정물을 흘려보낸다.세상에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