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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어른의 진로 고민,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서지정보 파커 J. 파머(Parker J. Palmer), 홍윤주 옮김,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한문화, 2020. 출처 : 알라딘 한밤중에 깨어나 '지금 내 삶이 정말 내가 원하던 것일까?'를 물으며 잠을 설쳐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첫 장을 열어보고 나한테 써준 편지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 나 하나뿐은 아닐 것 같다. 화창한 봄날 드라이브하며 파머아저씨로부터 온 편지를 읽어달라고 알라딘 ebook 듣기를 켰다. 천천히 듣다가 귀에 콕콕 박히는 내용은 멈춰서 하이라이트를 하고, 다시 한번 더 글로 읽으며 눈에 새겼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를 먼저 물어라.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기 전에, 인생이 당신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귀 기울여라. 이 질문을 묻기 위해, 답을 듣기 위해 귀를 좀 기울여보려고 따뜻한 보이차를 한 가득 끓였다. 구수하고 따스한 향이 내 책상을 ...
생활/사건사고 · 노동/인권/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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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실 몇 번이나 고비가 왔고, 또 오고 있습니다. 목이 말라 죽을 것 같고, 자꾸 혀가 바짝바짝 말라서 입속이 편하지 않습니다. 물이나 스포츠음료는 언제나 나타날지 목이 빠질 뻔 했는데 속도를 줄이면 안 될 것 같아 스포츠음료는 못 마시고, 배가 아플까봐 물도 한 모금 슬쩍 머금고 버렸더니 마포대교에 올라서자마자 다시 목이 타들어갑니다. 좀 더 충분히 마셔줄 걸 하는 아쉬움이 몰려옵니다. 그래도 너무 마시면 뱃 속이 출렁거리거나 위경련이 올 수도 있다고 하니 다시 칭찬해봅니다. '잘 참았어, 김영서!' 어떤 엄마와 아빠는 유아차를 밀면서 달리는데도 쌩쌩하게 마포대교를 지나갑니다. 그 모습 진짜 찍고 싶었는데 휴대폰 꺼내서 들고 사진 찍을 힘도, 여유도 없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조금 늦더라도 멈춰서 인증 사진들을 좀 찍어볼 걸 싶네요. 5km를 지나고나니 이제 완주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는데 마포대교 사방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지쳤습니다. 손도 시렵고, 발가...
생활/사건사고 · 노동/인권/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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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첫마라톤) 나는 내 기록만 깬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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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첫마라톤) 나는 내 기록만 깬다! 02

불안해집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이렇게나 잘 뛰어나가는 사람들 중에 나의 속도대로 가도 될까? 그러다 혼자 뒤쳐져서 마라톤을 위한 교통통제가 풀리고 나면 창피하게 배번호 붙이고 이 추운데 반바지 입고 인도를 달려야하는 건 아닐지...... 아니면 그 마저 어려워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여의도에 가야하는 건 아닌지. 다들 저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다리마저 깁니다. 슬금슬금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와 가능한 앞쪽에서 출발하려고 했는데 그런 똑똑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니 계속 사람들 속에 둘러 쌓이는 느낌입니다. 어찌됐든 달리기 모임에서 마라톤 여러 번 나가보셨던 분들이 알려주셨던 팁을 기억해야합니다.  출발 1km 안에서 자기 페이스 잘 지키기! 오버하지 않기! 사람들이 나를 제쳐 나가도 조급하지 말고 내 페이스 지키기! 무엇보다 즐겁게 즐기면서 달리기! 이 말을 명심하며 다시 한번 더 저에게 각인시켜봅니다. 수 천 명의 사람들을 뚫고 막 달려나가...
스포츠 · 건강/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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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첫마라톤) 나는 내 기록만 깬다! 01

새벽 5시 10분 알람이 울립니다. 주일 아침 이 새벽에 눈을 뜨는 이유가 달리고 싶어서라면 믿어지십니까? 후다닥 씻고, 달리기 고수들께서 공유 해주신 대로 가볍게 아침을 먹고, 마라톤 복장을 하고 지하철을 타러갑니다. 9호선을 탔을 때만 해도 별로 보이지 않았는데 여의도에서 5호선을 갈아타니 하나둘 아니 한 칸에 열 명 이상은 되는 서울 하프마라톤 참가자들이 보입니다.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분들도 보입니다. 짐 맡기는 비닐 백 하나씩 들고 탄 분들은 보며 동질감도 느껴지고, 이렇게 이른 새벽에 달리기하겠다고 6만 원씩이나 참가비를 내고 오다니 대단하다 싶어집니다. 신나고, 흥분되고, 아 뭐라 말할 수 없는 감격스러운 느낌입니다. 제 달리기를 저 멀리 광주에서 돕고 있는 친구에게 지하철 풍경을 찍어 보냅니다. 드디어 광화문역에 내렸습니다. 새벽 공기가 너무 쌀쌀해서 걱정되지만 달리다 보면 풀리겠지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내리자마자 광화문 광장으로 올라가려는데 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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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리기를 돕는 사람들 2

혼자하기 좋은 운동이라고 달리기를 추천하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저는 달리기만큼 함께 하는 사람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 없다는 생각도 해요. 퇴근 후 러닝 모임 달리기를 마무리하고난 후, 신나게 달리고 싶은 욕구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민했어요. 그러다 만나게 된 밑미의 "12km로 시작하는 달리기" 모임은 저에게 단비같은 존재였어요. 밑미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12km 달리기 모임은 어떻게 찾아내게 되었는지 정확히 경로는 모르겠어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마구 찾아 해맸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일주일에 12km를 달리는 모임에 저를 밀어넣었어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겁이 났답니다. 내가? 과연 12km를 달릴 수 있을 것인가? 12km 걷기도 힘든 거리 아닐까 싶어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질렀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달리기를 하고 온라인으로 일주일에 12km 뛴 것만 인증하면 된다고 해서 신청하고 준비했는데요. '달리기에 도전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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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마라톤을 앞두고

마라톤대회 주최측에서 보내온 반팔티에 번호표를 붙여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었습니다! 두근두근하는 중입니다. 2023년 4월 30일, 이번 주는 주일 아침 마라톤부터 달리고 주일예배를 드릴 예정입니다. 처음으로 6만원 이나 되는 참가비를 내고 마라톤 신청을 했습니다. 42.195km는 아니지만 10km라도 떨리기는 매한가지입니다. 10km 처음 도전인데 잘 달릴 수 있을지, 누가 보면 42.195km 마라톤 나가는 줄 알겠습니다. 그만큼 떨리고 설레고 기대되고 신나면서 살짝 겁도 납니다. 혼자 하던 달리기는 매일매일 집 근처 한강이나 공원으로 나가서 공짜로 달리면 되었는데 마라톤은 1년에 한번 열리고 6만원이나 내고, 수천명의 사람들과 함께 달린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합니다. 내돈내산으로 바득바득 달려보겠다고 용쓰는 제 자신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혼자 최고로 길게 달려본 게 7km 정도밖에 되지 않아 10km를 한번이라도 혼자 달려볼 걸 하는 아쉬움도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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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씨 라이브방송을 보는 이유, 넷

전우원씨 라이브방송을 보는 이유, 하나 숨기고 싶은 가족 이야기 전우원씨 라이브방송을 보는 이유, 둘 약하고, 여린 모습을 보여주는 청년 전우원씨 라이브방송을 보는 이유, 셋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영혼 인스타라이브방송을 하던 때와 요즘 유튜브 라이브방송은 컨텐츠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인스타로 라이브를 할 때는 개인적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는 방송이었습니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질문하는 것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라이브라 내용이 흩날리는 느낌이었고, 불안해보였습니다. 어디 좋은 상담 선생님이라도 연결해드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참 순수하고, 어린 아이같아 라디오 듣는 것처럼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오갈 때, 걸을 때, 듣곤 했습니다. 죄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은 죄인이라고 말할 때는 안타깝기도 하고, 사람들이 자극적인 질문을 해대는데 혼자 바보같이 솔직하게 답변하고 있는 것을 들으면서는 '저런 건 안 좋은 의도를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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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담 일지 05 일단 제가 정상인지 궁금해요

말하는 게 힘들어지면서 속이 타들어갔다. 그 교수는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같이 쭉 갈 모양이다. 지금이라면 아빠라는 사람이 강제로 넣었던 학교 확 때려치우고 다른 곳에 갈 생각도 했을 텐데 그때는 하루하루 살아있기도 버겁던 시절이라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먹고사는 것도 챙기고, 쉼터, 기숙사, 자취를 오가며 삶의 터전도 계속 바뀌던 불안정한 시절이었다. 마지막 버스를 타고 숙소에 들어갈 때까지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빵을 구워내어 식힐 때는 오븐판을 옮기는 일을 해야했는데 두꺼운 철판이라 너무도 무거웠다. 그 빵집 주인아저씨는 왜 이리도 거짓말을 시키는지 매일 모든 빵이 '오늘 나온 빵'이라고 거짓말을 하도록 시켜 고지식한 나는 굳이 '저기서 여기까지는 오늘 나온 빵이에요'라고 말했다 혼이 나기도 했다. 학교 공부는 하고 싶은 과목만 하고, 그 여자교수의 상담학 수업은 혼자 공부하곤 했다. 그때 밥은 어떻게,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잘 기억...
노동/인권/사회 · 젠더/청년/교육 · 건강/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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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담 일지 04 최악의 상담자를 만난 후

나의 상담 일지 01  나의 상담 일지 함께 읽어 보실래요? 나의 상담 일지 02  최악의 접수상담 나의 상담 일지 03  상담자 윤리를 저버리다 그 상담학과 여자교수와의 상담은 제가 어떤 상담자도 믿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굳이 여자라고 밝히는 건 제 글을 읽었던 분들 중 일부가 "여자는 아니지요?"라고 물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상담을 전공했고, 여자여도 친족성폭력에 대해 성인지감수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말 그대로 꽝이었습니다. 최악의 접수상담을 거쳐 비밀보장의 의무마저 가뿐히 깨버린 상담자로 인해 저는 상담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 상담교수와의 만남 이후, 세상의 모든 눈들이 저를 끔찍하게 볼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다음에 만나게 된 상담센터 선생님께서는 저를 돕기 위해 상담을 진행하고 싶어하셨지만 저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겪은 일을 말하면 저 사람은 또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또 어디 가서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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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리기를 돕는 사람들 1

달리기 시작한 이유 갑자기 달리기 달리기 준비 달리기를 위한 체력측정 내 인생 첫 자발적 달리기 드디어, 첫 달리기 계속되는 갈등, 달릴까 말까 달리기에 대한 두려움 VS 설레임 달리기는 제가 좋아한다고 무작정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달리기를 시작한 후, 만나는 사람들에게 달리기 전도사가 되어 '진짜 좋다, 너무 좋은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를 모르겠네'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달리기가 좋다고, 달리고 싶다고 누구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꼭 달리기를 하고 싶다면 먼저 체력측정도 받아보고, 운동지도사의 운동처방을 받아보라고 권하곤 합니다. 달리기를 하게 되면서 저도 정말 많은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아보았습니다.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달리기할 때 도움이 되는 보조용품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찾아보느라 공을 들이곤 합니다. 정보들을 찾아볼 때면 늘 주의하라고 당부하는 것이 크고 작은 부상입니다. 본인의 몸 상태를 모르고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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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가 쉬고 싶은 날, 쉬세요!

처음 달리기를 했던 날은 골반에 통증이 왔고, 그 다음 날까지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거의 일주일동안은 계속 골반이 아팠습니다. 운동지도사님께 말씀드렸더니 잘 풀어주고 자고, 따뜻하게 마사지도 해주라고 합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싱을 해준 후, 따뜻한 샤워를 하고 앉았는데 온 몸이 욱씬욱씬하는 느낌이고, 후끈후끈합니다. 그 다음에는 무릎이 욱신거리고, 발목도 아픈 것 같고, 발가락까지 아픕니다. 아니 이게 진짜 아픈 건지 심리적인 것인지도 헷갈립니다. 달리기하러 나가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또 그다지 통증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일주일에 2번, 30분 내외로 달렸습니다. 나머지 날들은 푹 쉬었습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달리기와 달리기 사이의 쉼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초!초! 초보러너로서  진짜 중요한 건 달리기와 달리기 사이의 쉼의 시간입니다. 운동지도사님들이 괜히 화목을 달리기 일정으로 잡았던 게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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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앱이 있다고요?

아 몰랐어요. 몰랐습니다. 몰라서 처음에는 운동지도사님이 "9분 30초"라고 말해주면 신기하기만 했어요. 어떻게 아는 거지? 어떻게 이 페이스를 정확히 유지해주는거지? 이러면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몸으로 1km 측정할 수 있고, 달리기 속도도 발의 감각으로 알 수 있는 건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운동지도사님들과 달릴 때는 그분들이 조절해주는 페이스에 맞춰 9분 30초를 한 2-3주 유지했습니다. 그래봐야 4-5번 만나서 달리는 것이니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은 그마저도 걷다 뛰다로 겨우 따라갈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 나 이렇게 달리다가 무릎이 나가거나 숨이 차서 죽으면 어쩌지? 심장이 아파오는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어? 발가락 3번째인지 4번째인지 너무 아픈데' 싶으면서 달리기를 계속하지 못할 것 같은 핑계들이 한 100가지는 생각났지만 운동지도사님 입에서 언제 또 1km 달렸다는 말이 나올까를 기대하며 한 발자국씩 나아갔습니다. 3주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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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대한 설레임 VS 두려움

이제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달리기를 해야 합니다. 화요일은 비가 와 운동장을 달리지 못했지만 오늘은 하늘도 화창하고, 5시 칼퇴를 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일단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운동을 하고 땀범벅이 되어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 일해야 하는 현실은 좀 막막하고, 찝찝하지만 그래도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목요일이 되니 오후부터 살짝 설렙니다. 사실 아주 오래 전에 이런저런 준비 없 헬스장 등록하고, 트레이드 밀을 달렸던 적이 있습니다. 2-3일 열심히 걷고, 달리고를 반복했는데 무릎이 아파지 겁니다. 괜찮아지면 다시 시작해야지 하고 기다리는데 계속 아파 정형외과에 갔더니 무릎에 염증이 생겼다며 심한 운동을 했는지 물으셨습니다. 와 진짜 무릎 너무 하찮다, 겨우 20~30분 뛴 게 다일 텐데 이건 뭐지 싶어 3달 등록했던 헬스장에 걷기나 자전거를 돌리러 10일도 나가지 못한 채 제 인생에서 달리기 시도는 퇴장을 했습니다. 그때는 발목도 붓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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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달리기

드디어 퇴근 후 러닝크루 모임이 시작되는 9월 13일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트레이닝바지를 보조가방에 챙기고, 윗 옷은 갈아입지 않아도 되는 맨투맨을 입었습니다. 앞으로 매주 화, 목 이틀은 5시에 퇴근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후 운동장으로 달려나가야 합니다. 살짝 긴장이 됩니다. 고등학교 체육시간까지가 아마 제 인생에서 유일하게 달리기를 했던 시간들인 것 같은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한번도 달리기라는 운동을 제 삶에 들였던 적이 없습니다. 어쩌다 트레이드밀에 올라설 때도 달리지 않고, 빠르게 걷기를 선호했습니다. '과연 내가 달릴 수 있을까? 여러 사람들이 달리는데 혼자 또 맨 꼴찌해가지고 달리기 싫어지면 어떡하지?' 종일 속으로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달리기하러 나가지 않게 될까봐 동료들에게 큰소리를 떵떵 쳤습니다. 오늘부터 퇴근하고 달리기를 시작한다고. 야근이 많던 때인데 야근도 달리기하고 다시 들어와서 하겠다고 말해두기까지 했습니다. 그럴 정도로 저는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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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씨 라이브방송을 보는 이유, 셋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언젠가는 지역에 내려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곳 해왔다. 그러던 중 2022년 3월부터 2023년 2월까지 광주에 있는 조선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1년 광주살이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광주에 가서 내가 제일 중점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해보고 싶었던 공부가 있었다. 그건 바로 5.18에 대한공부였다. 나는 잘 모르기도 했지만 관심도 별로 없었다. 사람은 자기 살기 힘들면 다른 데 눈을 잘 돌리지 못하게 되는 것도 같다. 부끄러운 변명이지만 나의 경우는 그랬다. 내 한 몸 챙기고 돌보며 사는 것도 버거웠던 나는 5.18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몇 년 전 광주여성가족재단에 강의를 갔을 때였다. 나는 무심결에 귀에 익숙하고, 입에 익숙한 말을 쓰고 말았다. 나름 광주의 아픔을 안다고 그에 대해 마음을 쓰며 이야기를 나누고자 5.18을 이야기한 것인데 그만 "광주사태"라는 표현한 것이다. 강의를 중간 쉬는 시간에 한 시민분께서 오시더니 나에게 귓속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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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위한 체력측정

달리기를 하기 전에 체력측정이 필요하다고 체력인증센터로 오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무료로 체력측정을 해주는 곳이 전국에 75개가 있다고 한다.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는 국가가 지정한 공인 인증 기관으로 국민체력인증 검사를 통한 체력측정, 체력평가, 운동처방 및 체력인증을 공식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다. 지자체에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에는 운동지도사들이 체력측정도 해줄 뿐 아니라 나에게 맞는 운동을 처방해주기도 한단다. 체력측정 항목이 많았다. 무슨 고등학생 때 체육선생님이 무언가 측정했던 그것과 비슷했는데 뭔가 좀 더 정교한 느낌이었다.검사받는 것만으로도 지칠 정도였다. 나에게는 없어진 것만 같은 유연성과 민첩성, 순발력을 측정한다고 해서 좀 민망했다. 제일 먼저 키와 몸무게를 쟀는데 키는 미세하게 줄고 몸무게는 앞자리 걱정을 할 정도로 늘어간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라도 그래, 달리기를 시작해야겠어! 다시 다짐하며 체력측정에 임했다. 먼저 악력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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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달리기!

시작은 이 포스터였다. 달리기는 내 인생에 없었다.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기 전 걷다가 다들 달려도 나는 걸었다. 학교 다닐 때, 달리기는 맨날 꼴찌였고, 800미터 달리기는 하다가 죽는 줄 알았다. 매일 꼴찌로 달리게 되니 달리기를 더 싫어했던 것 같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대학에서 학생들 상담을 하고, 토요일은 사설상담센터에서 상담을 하며 쉬는 날도 없이 광주와 서울을 오가던 그 시절, 나는 갑자기 달리고 싶다는 욕망을 이 포스터 앞에서 강렬하게 느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책상에 앉아 보고서를 작성하고, 상담일지를 작성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폭신한 소파에 앉아 상담을 하다보면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달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몸은 점점 말랑해지면서 폭신해졌다. 스트레칭도 하고, 폼롤러 마사지도 하며 몸을 움직여봤지만 이것 이상이 필요했다. 나는 달리고 싶었다.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흠뻑 흘리고, 숨이 찰 때까지 나를 좀 몰아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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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씨 라이브방송을 보는 이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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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씨 라이브방송을 보는 이유, 둘

저는 오빠와 남동생이 두 명이 있습니다. 가정폭력이 일상이었던, 가해자는 그 누구도 아닌 친아빠이자 목사였던 사람이 있는 집안에 남자 형제들은 그 일상을 살아가는 게 참 힘들었다고 합니다. 무기력하고, 그 폭력을 막아낼 수 없었던 시간들을 곁에서 지켜봐야했으니까요. 가해자인 친아빠이자 목사였던 그 사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엄마를 시작으로 하나밖에 없는 딸인 저, 오빠, 남동생들까지, 또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까지 때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고도 뻔뻔하게 예배시간에는 강단에 올라 예배 인도를 하고, 설교랍시고 떠들기도 했습니다. 구역질이 납니다. 범죄자가 목사짓거리를 하는데 성도님들과 함께 그 속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앉아있어야하는 것은 꼭 가해자의 범죄를 감춰주기 위해 동조하고 있는 느낌마저 주었습니다. 어린 저는 그때 제가 늘 연극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괜찮은 척, 평범한 가정인 척, 아빠가 성도님들 앞에서 가족들을 사랑하는 척, 아픈 엄마를 위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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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씨 라이브방송을 보는 이유, 하나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누군가의 생존소식을 매일 확인하고, 심지어 라이브방송까지 챙겨보는 건......좋아하는 연예인 인스타도 그렇게 해본 적 없는 저란 사람이 왜 이러는 걸까요? 그의 외모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만 저는 그의 눈물, 그리고 힘들다고 말하는 그 목소리에 담긴 무게가 느껴져 자꾸 라이브방송을 보게 됩니다. 라이브방송을 할 때, 아마도 그 또래들인 듯 한데 잘 생겼다고, 상탈 안 하냐고, 십자가 목걸이 잘 보이게 목에 지퍼 좀 내려달라는데......속상합니다. 물론 2030 세대들이 전우원씨의 영향으로 518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하나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감사하기는 합니다. 저는 그냥 좀 조용히 그가 사죄하는 모습, 눈물 흘리고 있는 모습, 가끔 넋두리하며 공허하고 슬픈 웃음을 짓고 있는 순간을 함께 하는 심정으로 있고 싶습니다. 하루는 밤 9시가 넘어 생방송을 앞두고 라이브방송을 켠 전우원씨가 눈물을 줄줄 흘리는 모습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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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담 일지 02 - 최악의 접수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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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담 일지 03 - 상담자 윤리를 저버리다

학교를 가는 건 괴롭기 그지 없었다. 지난 9년간 나 혼자만 알고 있던 피해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상담교수마저 침묵하고, 나를 피해상황에서 살아가게 하는 현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수치심과 분노, 증오심을 어찌 표현해야할지 몰랐다. 나는 그저 필수과목이라 듣는 그녀의 수업 시간에 맨 앞자리에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신문이나 잡지를 화~알짝 펴놓고 보는 행위로 달랠 수밖에. 분노심에 손발이 떨리고,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도 했다. 내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그녀의 책읽기 수업에 대한 단순한 저항으로 생각하고, '멋지다'고 했다. 내가 그때 그녀가 저지른 비윤리적 행위를 까발렸다면 어땠을까? 그러나 나는 당시 사회적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성폭력을 당한 사람이 느끼는 무거운 수치심, 아빠라는 사람의 잘못을 까발린 죄책감'으로 버겁기만 했고, 말해봐야 나만 더 이상해질 것 같아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런 나의 취약성을 알고 있어 그녀는 그렇게 뻔뻔할 수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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