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꽃들. 꽃들이 무덤을 박차고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2/17
산책은 집으로 돌아오는 행위입니다. 집에서 제일 먼 길까지 걸어서 집이 저 멀리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집을 바라다보는 그런 걸음걸이입니다.
출근하는 사람들은 역 쪽으로 빠르게 걷고 있는데 저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출근하는 사람들 속에서 퇴근하는 사람처럼 움직입니다.
   
오래전 망한 꽃집을 운영하던 친구는 우울의 수용소에 수용 중이던 저를 위해 새벽마다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아침이 오지 않기를 열망하던 저의 옷을 입히고 저를 끌고 나와 차에 싣고 새벽을 달려 화훼시장에 갔습니다.
   
그곳에 가서도 저는 차 안에만 있다가 뒷좌석에 실린 꽃들을 감흥 없이 바라다보고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차 안에 던져 놓은-주유소에서 주는 일회용 휴지처럼- 놓여있었습니다.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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