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아이의 자존감을 짓밟았나.

얼룩커
2022/01/26
첫째 아이는 올해 일곱 살이된다. 내 눈엔 아직 밤톨만 한 꼬마가 어느새 유치원에서 가장 큰 형아가 된단다. 무탈하고 무난하게 유치원을 잘 다녀주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나이에 걸맞게 잘 자라 주는 아이가 그렇게 예쁘고 대견할 수가 없다. 더 이상 자라는 게 아까울 만큼 사랑스러운 이 꼬마를 보고 있으면 가끔씩은 더 크지 않고 이대로 멈추었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모르긴 해도 아마 부모라면 다들 한 번쯤은 해 보았을 생각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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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처음부터 글씨를 잘 읽었어? 친구들은 글씨를 잘 읽는데 나는 글씨를 잘 못 읽겠어."

아이는 요즘 나와 받침 없는 동화책을 읽고 있다. 집에서 따로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유치원에서 배우지 않은 글자 외에 받침 없는 글자를 곧잘 읽는 아이가 참 대견하고 신기하기까지 했기에 아이의 자신감 잃은 말투가 나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엽아 누구도 처음부터 글자를 다 아는 사람은 없어. 엄마도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여러 번 반복해서 책을 보다 보니까 저절로 알게 됐어. 글자를 억지로 외우려고 애쓰지 마. 나중에 커서 글자 모르는 사람은 없단다. 엽이가 걱정 안 해도 글자는 저절로 알게 되는 거니까 책은 그냥 재미있게 보고 상상하면 되는 거야. 엽이는 이미 아는 글자가 너무 많아. 참 잘하고 있어."

그렇게 속상한 듯 묻던  아이의 물음에 답을 해주고도 생선 가시가 이에 낀 듯 시무룩한 아이의 표정이 한동안 내 가슴에 껴서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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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엽이 2학기도 잘 지냈고 1학기 보다 더욱 나아지고 성장했어요. 지금처럼만 지내면 일곱 살이 되어도 걱정 없이 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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