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촌향도

저도 초중고등학교를 다 지방에서 나오고 아직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방민이라 생각하는 입장에서 이 문제에도 말을 한 번 얹고 싶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다소 간략하고 일반론적인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저는 작금의 인구 및 공간 구조 재편을 '2차 이촌향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1차 이촌향도는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이촌향도입니다. 개발 시대에 산업화, 도시화의 결과로 농촌 인구가 도시로 흡수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도시의 의미는 포괄적이었고, 공간적으로도 더 넓었습니다. 대구, 대전, 청주, 부산, 창원, 광주 같은 지역 중심 도시들이 인근의 농촌 인구를 상당 부분 흡수했고, 그 외 나머지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흐름이었습니다.

그 뒤에는 거대한 수도권 이주가 시작됩니다. 과거 지역 농촌 인구를 흡수하던 지방 중심 도시들이 구심력을 상실하고, 수도권의 압도적 경쟁력에 밀리게 된 시점입니다. 이제는 그런 지방 중심 도시들조차도 인구가 대량으로 유출되어 수도권으로 향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의 파급력은 어찌 보면 과거의 이촌향도만큼이나 엄청날 것 같다는 점에서, 2차 이촌향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제는 지방 중심 도시들은 '도시'라는 이름으로 과거처럼 수도권과 함께 묶이지 않습니다. '지방'이라는 이름으로 배후의 농촌과 같이 묶이게 됩니다. 이 '지방'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 최종적으로 말라버릴 때, 아마 대량으로 태어난 마지막 세대인 1990년대생들의 2차 이촌향도가 완료될 때가 지방이 정말로 '사망'하게 되는 시점이 될 것 같습니다.

1차 이촌향도가 산업화로 상징되는 한국 경제의 대대적 재편 때문이었듯, 2차 이촌향도도 그 배후의 거시적 힘이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흐름을 형성한 것은 세계화 이후 한국이 겪게 된 산업의 공간적 재편이었습니다. 국토 전반에 걸쳐 조성된 한국의 산업은 2000년대 이후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대도시, 특히 서울과 같은 세계도시가 다양한 지식 기반 산업의 중심지가 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반면, 전통적으로 고용을 책임지는 지방의 제조업들은 쇠퇴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지방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주했고, 그 청년들에 자극 받은 주변의 청년들도 같이 움직이면서 수도권은 90년대생 청년 인구로 붐빕니다.

이런 경향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성의 경우, 선호되는 직종은 아니더라도 아직 남아 있는 지역의 제조업 기반과 육체노동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높아진 교육 수준에 맞게 기대되는 일자리를 지역에서 찾기 힘듭니다. 여기에 문화적인 면도 문제가 됩니다. 수도권의 일자리들은 법과 제도, 규칙이 지켜지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지역의 일자리들은 불합리한 관행, 수직적 문화, 성차별이 남아 있는 곳으로 여겨지기에 기피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소비문화와, 유행을 선도하는 서울의 위상,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연애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일자리 못지않게 청년을 서울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구심력을 형성합니다. 급속히 발달하는 미디어는 이런 매력을 더욱 끌어올립니다.

저는 이 미디어의 영향을 특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이 열리고, 또 2010년대에 SNS가 우리의 삶으로 침투해오면서, 중심부 세계도시의 매력은 정말이지 압도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어디에 살고 어떤 것을 소비하는가는 이제 그 자체로 계급의 증거로 여겨집니다. 과거에는 이런 것을 인식하는 수단이 제한적이었습니다. SNS 시대보다는 PC 시대가 제한적이었고, PC 시대보다는 텔레비전 시대가 제한적이었고, 그 시대보다는 라디오와 신문 시대가 더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보 미디어가 확장하고 팽창하고 심화될수록, 소비 문화에서 중심지가 갖는 힘도 그를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접한 지방 논의는 주로 산업, 일자리, 또 간혹 젠더 관점에서 논해졌던 것 같은데, 다음에는 2차 이촌향도를 이끌어가는 힘으로서 미디어, SNS, 소비 문화와 대중문화에 주목해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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