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균
유한균 인증된 계정 · 출근시간에 우린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2024/01/08
1. 별천지 두바이
부끄럽지만 바깥 구경 삼매경이었다. 스스로 촌놈 같아 보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디를 보든지 금빛으로 반짝이는 조명과 기하학적 모양의 빌딩들, 두바이의 야경(夜景)은 탄성을 자아냈다. 마치 미래의 어느 도시에 떨어진 것 같았다.
   
우린 자정이 다 되어 두바이 국제공항에 내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공항 건물이라고 한다. 덕분에 짐을 찾으러 공항 안을 한참이나 걸어야 했다. 덕분에 픽업 차량 기사와 만나기로 한 약속도 늦어버렸는데, 겨우 만난 그는 다행히도 친절했다.
   
밖으로 나오니 밤인데도 무더위가 느껴졌다. 몇 시간 전까지는 그리스에 있었다. 아테네는 슬슬 가을 찬 바람 불어오는 날씨였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중동의 사막 도시에 떨어지니 새삼 달랐다. 호텔에 들어와서도 창밖 구경은 계속되었다. 방 안은 에어컨 덕분에 시원했지만, 객실 유리창만 손바닥으로 만져보아도 그 열기가 전달되었다.
   
우리는 어쩌면 두바이에서 가장 신혼여행답게 여행했다. 열심히 걷고 구경하고 배우는 일은 그리스에서 마무리했다. 두바이에서는 아무것도 주도적으로 하지 않고 가이드만 졸졸 따라다니는 일만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세계 최대 쇼핑몰에서 여흥을 즐기다가 세계 최고 빌딩 아래서 식사할 수 있었다. 참으로 이 나라에는 세계 최대, 혹은 세계 최고가 많다.
   
두바이는 인공 도시였다. 물론 이상한 표현일 수도 있다. 모든 도시는 다 인간이 만든 것이긴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유독 두바이는 그 인공성이 두드러졌다. 다른 도시에서 보이는 역사와 자연과의 맥락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1966년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 두바이는 작은 진주조개잡이 어촌 마을이었다. 운 좋게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되어 시기가 맞았다. 시작은 사막 한가운데 국제무역센터를 지은 것이었다. 아랍과 서구, 양쪽의 자본은 서로 만날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각양각색의 건물이 지어지고 지금의 두바이가 탄생했다.
   
나는 고도(古都) 애호가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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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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