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너희들을 떠나보내며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3/07/16
예전에는 책을 주로 사서 보는 편이었다. 새책, 중고책, 선물 받은 책 등 다양한 조합으로 점점 부피를 더해가던 녀석들은 어느새 책장이 아닌 창고 구석 테이핑 된 박스 어딘가에 방치되어 갔다. 여기에 아이들의 책들까지 무서운 기세로 가세했다. 집에서 내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인 서재가 위협받고 있다. 혹시 10년 뒤 내 모습은 아니겠지?  

오래된 책들이 중구난방으로 꽂혀있다. 경험상 10년이 지나면 보존이 제대로 안 된 책들은 눈에 띄게 상태가 나빠졌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 공간을 채워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요즘은 어디서든 도서관을 볼 수 있고 전자책 시장도 발달했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책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폐기하기보다는 기부를 해서, 그 책들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연결된다면 좋을 것 같았다. 

책을 정리하는 방향은 판매와 기부, 2가지로 정했다. 거르고 걸러서 책을 뽑아보니 대략 160권 정도가 나왔다. 버리지는 않기로 했으니, 책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기부를 할 수 있는 곳을 검색했다.

판매를 하고도 남은 책들을 폐기하는 것 보다는 기증하고 싶었다. ⓒ 빅맥쎄트


다양한 이별의 모습들

첫 번째로 활용한 방법은 '행복한 책 나눔'이었다. 부산시 예산을 활용해서 지역 서점들과 연계한 프로모션으로, 다 읽은 책을 50% 상당의 '방문서점 도서교환권'으로 환불해 주는 것이었다. 2021년 이후 발행된 책들 중 소장하지 않을 책들을 추려보니 5권 정도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반납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을 활용했다. 캐리어 2개에 책을 한가득 담아 오프라인 중고서점에 판매를 한 적이 있었다. 장마철이기도 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내려갈 정도로 튼튼하지 않은 나의 하체를 생각하며 이번에는 오프라인 서점이 아닌 온라인 판매에 도전했다. 

바코드를 찍어서 판매 가능한 책들을 선별하고, 박스에 패킹한 뒤 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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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잠 22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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