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1/25
  에세이를 주로 쓰지만 에세이 책을 주로 읽진 않는다. 글쓰기 모임도 한다더니 이게 웬 배신인가 하겠지만, 거짓을 말할 순 없다. 소위 문학이라고 말하는 분야에서 에세이는 사실 대우받는 분야가 아니다. 내가 문학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기류는 심심찮게 엿볼 수 있다. 시나 소설에 비해 에세이는, 쓰는 사람도 글도 작가나 작품이라 잘 불리지 않는다. 쉬이 쓰이는 글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직업의 경계를 넘어 쓰는 이가 많기 때문일까. 여전히 틀에 박힌 생각들이 참 아쉽다. 

  나는 에세이를 자주 읽진 않지만, 원하는 순간에 읽는다. 무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적절한 순간에 읽기 위해 때를 기다린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듯하다. 에세이는 다른 책에 비해 장벽이 없다. 사전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읽을 수 있으며, 소설처럼 등장인물이 많거나 낯선 배경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서 금세 집중할 수 있다. 순서를 따지지 않고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어내려가도 상관이 없다. 쉽게 읽히고 빨리 읽히니, 머리가 무거울 때나 일상의 작은 틈새에, 혹은 독서를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에세이를 꺼내든다. 

  출판시장에서 에세이는 가장 잘 팔리는 분야가 된 지 오래다. 대형서점에서 에세이 코너에 가면 처음 보는 에세이들이 넘쳐난다. 에세이 전문 작가가 쓴 것도 있지만,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나 평범한 시민들이 쓴 책도 많다. 누군가는 이런 에세이 시장을 보고 수준 낮다고 깔볼지도 모른다. 어려운 글은 읽지 않는다며 혀를 찰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이 형성된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에세이는 독자에게 쉼이 될 수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내가 에세이를 쉬어갈 때 주로 읽는 것처럼, 삶의 휴식이 필요한 이들이 이 땅엔 유독 넘쳐나기에 에세이가 그리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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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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