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청년에게
제가 살다 살다 졸업 축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보통 이런 일은 해당 분야에서 이룰 거 다 이룬 분들이 하잖아요. 근데 뜬금없이 여러분에게 낯선 제가, 낯선 방식으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네요. 반갑습니다, 청강 문화 산업대학교 졸업생 여러분. 창원에서 용접과 글로 먹고 사는 천현우라고 합니다. 복장에서 미루어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성공한 사람이 아닙니다. 굳이 분류하면 실패에 훨씬 가까운 사람이죠. 가난이 싫어서 취업 빨리 하려 실업계를 갔고, 그래도 대학물 먹어야지 싶어서 전문대를 나와서, 중소기업을 10년 넘게 전전했어요. 변변한 경력도 못 쌓고 나이만 먹었더니, 이젠 대기업에선 받아주지도 않고, 빚 갚느라 쌓아 놓은 재산도 없습니다. 말하고 보니 속이 쓰리네요. 이제껏 뭐하고 살았나 싶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삶을 살아왔기에, 여러분이 지금 겪고 계실 불안함과 두려움의 정체도 잘 알고 있어요. 저 역시 지금도 하루하루 살얼음 뜨기 시작한 빙판 위를 걷는 느낌으로 살아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