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여행과 인간 네비게이션

똑순이
똑순이 · 익어가고 있는 중년 입니다.
2023/02/24
픽사베이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옷을 갈아 입고 제일먼저 TV를 켠다.
 처음에 정규 방송 화면이 나오면 남편은 아주 다정하게 '진이' 를 부른다.
유튜브로 볼링을 시청하기 위해서다.
어제 저녁 집에 들어 온 남편이 한치에 오차도 없이 루틴대로 TV 리모콘으로 전원을 누르자 정규방송 화면에 주인공이 여행을 가는 장면이 나왔다.
앉아서 얼룩소를 배회 하고 있던 내가 TV화면을 살짝 쳐다 보면서,

''여행 가면 재밌겠다''
''아이고~나는 여행 싫어하네~''
'' 왜요?? 혹시 볼링 못 할까봐서요?? 볼 백 트렁크에 싣고 다니면 되죠~''
'' 불 백~아니 아니 이제 늙어서 싫어졌네''

나 에게는 슬픈 여행이 있었다.

1990년 시아주버님이 서준 보증이 부도가 났다
보증을 서준 시점은 나도 남편도 잘 모른다. 보증은 시아주버님이 서 줬는데 남편도 보증인 이 되여 있였다.
시아주버님께 부탁 하러 온 사람이 보증인이 2명 필요하다고 하니 우리에게 말을 하지 않고 남편 책상 서랍에서 인감도장을 꺼내서 찍어 줬던 것이다.
그 보증이 부도가 났고 1990년  현금 1억 이였다.
지금 같으면 인감도용 으로 고발 했을 것이다.
그때는 새댁 이라면 새댁 이라서 힘도 배짱도 없었다.

사고는 났으데 시아주버님은 사무실 일도 뒷전이고 사건 해결도 뒷전이고 매일 시도 때도 없이 술을 먹고 난동을 피우고 그것을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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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병으로 조금 특별한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으며, 3명의 손주가 있는 할머니 입니다. 지금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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