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2] 6. 유치원 졸업식, 아이 졸업식에 엄마가 울다

청자몽
청자몽 · 꾸준한 사람
2024/02/23
졸업식에 정작 딸아이는 울지 않았는데, 엄마인 내가 펑펑 울었다. 이런.. 바보 같이. 흑.. 그런데 돌아보니 나만 운게 아니었다. 바보 엄마, 바보 아빠가 다 울고 있었다.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나보다.
엄마탄생 열여섯 번째 이야기 :



2월 22일, 화이트 졸업식

"엄마 겨울왕국 같아요! 화이트 졸업식이네요." ⓒ청자몽

졸업식 전날이었던 수요일(21일) 진눈깨비가 쏟아질 때, 나는 바닥이 젖어서 눈이 쌓이지 않을꺼라고 했다. 딸아이는 아니라고 했다. 아닌데.. 이게 쌓일까? 바닥이 물인데?

라고 했지만,
오래 살았다고 자부하는 내가 틀렸다. 밤사이에 거짓말처럼 그 진눈깨비들이 함박눈으로 바뀌어버렸던 것. 아침에 라디오DJ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서울에 13.5cm나 눈이 내렸다고 했다. 

엄마가 틀렸다.
딸아이는 의기양양해 하며 자기 말이 맞았다고 했다. 그러게. 경험치가 사실 소용없을 때가 있지. 직관이 맞는거야. 그냥 선입견이나 편견없이 바라보는게 더 맞을지도 몰라. 하며 밤사이에 예쁜 엽서로 바뀐 세상 구경하기 바빴다.

우리는 그렇게 가방도 없이, 마지막으로 유치원에 갔다. 강당이 좁아서 졸업식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고, 아이의 반은 2부에 졸업식을 한다고 했다. 아이와 조금 있다 다시 만나자면서 현관에서 인사했다.

마지막 등원길이었다.




눈꽃길을 걷다.

꽃보다 눈꽃 ⓒ청자몽

졸업식까지 시간이 남기도 했지만, 주변이 너무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당연하지. 이렇게 예쁜 모습을 어떻게 그냥 지나가.

사진을 열심히 찍으면서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왔다. 이곳에 이사온지 겨우 4개월밖에 안 되어서, 우리는 사실 졸업이어도 진짜 졸업은 아니었다. 실은 작년 10월말에 떠나오면서 많이 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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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전직 개발자, 이현주입니다./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7년반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집안 잔업과 육아를 담당하며, 마침표 같은 쉼표 기간을 살아갑니다./ 일상과 경험을 글로 나누며 조금씩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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