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

수지
수지 · 글사랑이
2023/11/12
남편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를 준비하면서 가게를 마련하고 물건을 사입하고 얼추 준비가 되어 벼룩시장에 구인공고를 냈다. 대학생, 휴학생, 취준생, 중고등학생, 다양한 성별의 청년들이 드나들었다. 개중에는 하루 일하고 안 나오는 사람도 있었고 중간에 화장실 간다고 사라진 사람도 있었고 일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시 온 사람도 있었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보며 하루 종일 서있어야 하는 고된 일이라고 나름 판단되어서 나는 일주일 정도 잘 견딘 사람들은 잘 해주려고  말도 걸어보고  정도 붙여보려 애를 썼다.

어느 날인가, 샤기커트의 노랑머리에 커다란 가방을 크로스로 매고 기웃거리며 나보다는 훨씬 큰 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공고를 보고 온 여자는 첫눈에 봐도 학생은 아닌 날라리구나 생각이 들었다. 얘가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워낙 사람이 귀한 지라 당장 일을 해보라고 이것저것 대충 알려주었다. 처음부터 너무 열심히 가르쳐봤자 소귀에 경 읽기라는 걸 깨달은 이후로는 기본만 알려주고 그때그때 가르쳐 주기로 했다. 

은지(가명)는 예상외로 차분하고 듬직하게 일을 잘해냈다. 손님 오면 인사도 잘하고 서있는 자세도 나쁘지 않았다. 물건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는지 눈썰미도 좋았고 내가 본 첫인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며칠, 몇 달이 지나면서 나는 은지와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잡담도 하게 되었고, 밥도 같이 시켜 먹고 그야말로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은지는 나에게 깍듯했고 나도 은지에게 함부로 하지 않았다. 15살 이상은 차이 나기에 서로 조심스러웠다.
은지는 코스프레 행사도 참여하는 일본 애니 덕후였고 부모님, 여동생, 남동생, 조카와 살았다. 중학생인 남동생은 새아빠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여동생은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 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 아이를 낳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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