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독재정권이 감행한 ‘문화적 벌목’ - 연예인 대마초 파동(1975)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12/27

* 마약 투약 및 대마초 흡연은 현행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범법 행위다. 몇몇 예외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향정신성 물질을 오랜 사회적 금기의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약물에 의존적인 구성원이 늘어나면 사회는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건전한 사회 규율이 무너지고 근면한 노동 문화가 희석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들어 마약 단속 의지는 이전 정부보다 더욱 강화됐다. 최근들어 다양한 향정신성의약품을 실정법으로 제재하고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마약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회적 염려에도 귀 기울여야 하겠지만, 이번 정부가 왜 그렇게까지 마약 수사에 사력을 다하고 혐의를 부풀리는 지는 두고볼 일이다. 몇 달 전부터 이름난 연예인들의 마약 복용 혐의 뉴스가 빗발치더니 결국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법률적 제재 대상에 대한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는 국가 권력의 의무라지만, 한 인간에게 수치와 모욕을 주는 권한까지 국가기관에 위임한 것은 아니다. 검경은 주된 혐의와 관계없어 알려지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사생활까지 드러나게 해 가정을 파탄냈다. 황색 언론들 역시 연예인의 마약 혐의를 탐욕스럽게 소비하며 무차별적으로 유포했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혐의로  '마약 배우'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워 카메라 앞에 빈번하게 세우고 대국민 사과를 반복하게 하는 행위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필요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린 한 인간의 마지막 길을 바라보며 삼가 명복을 빌며,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위로를 전한다.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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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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