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점점 늦는 詩食會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5/27







무익한 천사
   
​ 김이듬
   
무릎이 없었다면 무엇을 안았을까 체온이 떨어지면서 비가 퍼붓는다 나는 혼자 입원하고 혼자 죽어 퇴원할 사람 옆으로 누워 쓴 글은 싣지 않는다 병마의 관할구역은 일평생이겠으나 한순간이 평생보다 길어서 나는 창가로 침상을 옮겨달라고 했다 보이는 건 북쪽 가막살나무 숲
   
나는 종일 누워서 음탕하고 나태한 생각에 사로잡힌 신과 같았는데
엎어놓은 밥그릇 아래 숨 막혀 죽은 벌레를 치우듯
나는 나를 관장하려 한다
   
천사가 왔다 학교가 너무 가까워서 매일 지각하던 친구 같다 어디선가 거의 무음에 가까운 채터링 로리 울음소리가 들렸다
“왜 이제 왔니? 찢어진 비닐봉지처럼 까마귀를 뒤집어쓰고, 이 변덕쟁이야”
“널 개량하고 괜찮은 걸 파종하자 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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