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07/19
 
 딸아이는 최근에 부쩍 안아달라,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다가와 나를 꼭 안아주는 열한 살의 딸은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다. 가족들에게 살을 자주 맞대고 사랑한다, 고맙다 아낌없이 말해줘야지. 애정 표현에 인색하지 말자, 다짐하면서도 느닷없이 경상도 아줌마의 무뚝뚝함이 배어 나온다.

 퇴근하고 식구들의 저녁밥이 늦어질까 불 앞에서 정신없이 요리하는 와중에 내게 ‘안아줘’라고 하는 딸. 건조가 끝났다고 경박스러운 알람을 울리는 건조기 앞에서 몸을 숙이고 빨래를 꺼내 바구니에 담는 내게 ‘사랑해’라고 하는 딸.

 뜬금없는 타이밍에 기가 차서 본의 아니게 영혼 없는 반응을 보였다.

 오늘도 오이지를 썰고 있었다. 한 손으로 쭈글쭈글 볼품없는 오이지 세 개를 잡고, 한 손에는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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