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못 지우세요.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확인한 것은 귀국을 딱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로부터 약 1년 전
교환학생으로 출국하기 전 생리불순으로 혼자 찾아갔던 근처의 작은 산부인과에서
성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할아버지 의사에게 '어린데 벌써부터 몸을 함부로 굴리고 다니면 안 된다'라느니 '너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인데, 이게 몸에 털도 숭숭 나고 너는 임신도 하기 힘들 것'이라는 등의 말을 들었었다.
그래서였을까?
두 줄을 확인하고 나는 너무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정확한 주 수를 알기 위해서 이번에는 학교 근처의 대형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접수하고 기다리는데 직원 한 명이 나를 조용히 불러 차례로 질문했다.
"결혼하셨어요?"
-"아뇨."
"결혼하실 거예요?"
-"아뇨…"
"여기서는 못 지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