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야지.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12/25
따뜻한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는 일은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직 어둠이 내려앉은 방,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손을 뻗으며 닿는 찬 공기가 아리다.

6:30.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깨어났지만, 일어나고 싶지 않은 아침이다. 나 아직 아픈데, 푹 자야 낫지 않을까. 이미 잠이 깨 버렸지만, 작은 강박이 더 자야한다며 몸을 웅크리게 만든다. 슬쩍 이불 속에 들어온 강아지를 품에 안고,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귓가에 마주대며 어느샌가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든다.

"병원 안 가도 되겠어?"

곤히 잠든 아침을 깨운 건 어머니의 전화벨 소리였다. 어제 받은 독감 검사가 걱정되셨단다. 아침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부은 목도, 막히던 코도, 손가락 마디마다 욱신거리던 통증도 긴 잠 속에서 슬그머니 내 몸을 빠져나갔다. 딱 하나, 지끈거리는 두통 하나만 끝까지 남아있을 뿐.

가볍게 아점을 먹고 약을 먹는다. 한숨 더 자면 좀 더 나아질까 하는 기대에 강아지와 함께 또 이불 속을 뒹굴거리지만 잠이 찾아올 기색이 없다. 되려 뜨끈한 이불 속에서 내 피부로 열감이 오르는 느낌만 심해질 뿐, 지끈거리던 머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38.3

삐-소리와 함께 체온계에 뜬 숫자는 헛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분명 약을 먹었는데, 그 약 속에 해열제도 있었는데. 열이 오르는건 또 뭐람. 어쩔 수 없다. 결국 오늘도 또 병원행이다.

이번주 주말에는 서울 나들이를 가기로 했는데. 이미 비행기표도 다 예매해두고, 친구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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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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