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2024/01/03
새벽에 잠이 깨 물 한 잔 마실 때는 꼭 등이 가렵다. 팔을 비틀어 가려운 부위를 겨우겨우 긁어놓으면 또 그 옆이 가려워진다. 이제는 몸까지 비틀어 등을 긁는다. 그렇게 몸서리를 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슬그머니 가라앉기도 한다. 지독하게 등이 가려운 날은 그예 잠이 다 달아나기도 한다. 등이 가렵다는 건 쓸쓸하다는 말이고 ‘뒤돌아봐도 볼 수 없는 당신’이 그립다는 말이고 그런 당신의 아련한 등이라도 떠올려보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등은 보이지 않는다.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잡고 싶다. 그래서 더 보고 싶다. 매일매일 가려운 등을 이고 지고 나는 오늘도 그립다.
등
/윤석정
등이 가려웠다 등이 가려울 때마다 아프지 않게 등을 쓸어내렸던 손길이 그리웠다 내 손이 닿지 않는 거기 쯤 당신이...
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여기 댓글 쓰려다 잊어버리고 @진영 님 글에서 한참을 웃고 갑니다. ^^
@수지 꼭 긁어주셔야 해요! 기다릴게요^^
@재재나무 님, 오늘 잘 지내셨쥬? 봄같은 날씨였어요. 낮에는...
저는 남편에게 등 한 번 긁어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그만큼 불편하죠. 아직도 그래요..
가끔 너무나 편해서 나의 바닥까지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남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 좀 더 나의 활달한 성격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은 말없이 밥을 먹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대화를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지만,
여행을 가거나, 다른 누구랑 있을 때는 불편해져요..
몸은 가까운데 마음은 먼 느낌입니다.
가끔 제 성격이 모난 성격인가? 싶을 때도 있어요..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나의 본 모습을 보여주지를 못하니 말이에요.
재재나무님은 키도 크고 덩치도 크다고 하셨으니 팔이 닿지 않는 가운데 한쪽을 긁어드릴게요. 시원하게..
@미혜 고맙습니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다워요^^
저도 시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시인지 아닌지 모를 짧은 문장들을 이어 쓴 글들도 좀 있었어요.
신랑에게 가끔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내가 자기 보다 꼭 몇 년만 더 일찍 죽었으면 좋겠어.'라고요.
매일 저만 보면 등을 긁어 달라며,
나를 끌개(등긁개 효자손?)야 라고 부르는 신랑,
손 마이 안 간다고 착각 한 사발 들이키며 사는
귀여운 시랑이.
언젠간 꼭 스스로 손이 무척 많이 가던 사람이란 걸,
자신의 등 가려움을 해소할 수 없을 때 비로소 느끼리란 걸
생각하며 소심한 복수를 꿈꾸며 웃고 있습니다.
역시 시는 삶이며 사람이며 노래며 사랑.. 다양한 모습을 한 매력이 있네요^^
좋은 글 몰래 읽고 갔다가..
댓글을 보고
황급히 저도 저의 느낌을 뒤늦게 남깁니다^^
@진영 오!! 신박한 방법입니다. 저도 구리프 있어요~~^^
등 긁는 기구로는 효자손은 꽝입니다 전혀 시원하지 않아요.
좀 원시적인 걸로는 옥수수대가 있죠.
먹고 남은 옥수수대를 말려 꼬챙이에 꽂아 긁으면 굿.
좀더 세련된, 제가 고안한 것은, 여자들 머리에 감는 헤어롤. 일명 찍찍이구리프입니다. 거기에 긴 막대를 연결하면 최고의 등긁개 탄생입니다.
저는 효자손에 구리프를 끼웠죠.
근데 재재나무님은 구리프가 없을듯하네요. 왠지... ㅋㅋ
@JACK alooker 그러니까 말이예요^^
@재재나무 님 시는 송곳인 모양입니다. 주머니에 넣어도 뚫고 나오는~
@적적(笛跡) 그새 읽으셨군요! 부끄럽고 올려놓고보니 손 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 얼른 내렸습니다. 죄송해요. 그리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 댓글 쓰려다 잊어버리고 @진영 님 글에서 한참을 웃고 갑니다. ^^
@재재나무 님 시는 송곳인 모양입니다. 주머니에 넣어도 뚫고 나오는~
@수지 꼭 긁어주셔야 해요! 기다릴게요^^
@재재나무 님, 오늘 잘 지내셨쥬? 봄같은 날씨였어요. 낮에는...
저는 남편에게 등 한 번 긁어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그만큼 불편하죠. 아직도 그래요..
가끔 너무나 편해서 나의 바닥까지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남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 좀 더 나의 활달한 성격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은 말없이 밥을 먹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대화를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지만,
여행을 가거나, 다른 누구랑 있을 때는 불편해져요..
몸은 가까운데 마음은 먼 느낌입니다.
가끔 제 성격이 모난 성격인가? 싶을 때도 있어요..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나의 본 모습을 보여주지를 못하니 말이에요.
재재나무님은 키도 크고 덩치도 크다고 하셨으니 팔이 닿지 않는 가운데 한쪽을 긁어드릴게요. 시원하게..
@미혜 고맙습니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다워요^^
저도 시를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시인지 아닌지 모를 짧은 문장들을 이어 쓴 글들도 좀 있었어요.
신랑에게 가끔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내가 자기 보다 꼭 몇 년만 더 일찍 죽었으면 좋겠어.'라고요.
매일 저만 보면 등을 긁어 달라며,
나를 끌개(등긁개 효자손?)야 라고 부르는 신랑,
손 마이 안 간다고 착각 한 사발 들이키며 사는
귀여운 시랑이.
언젠간 꼭 스스로 손이 무척 많이 가던 사람이란 걸,
자신의 등 가려움을 해소할 수 없을 때 비로소 느끼리란 걸
생각하며 소심한 복수를 꿈꾸며 웃고 있습니다.
역시 시는 삶이며 사람이며 노래며 사랑.. 다양한 모습을 한 매력이 있네요^^
좋은 글 몰래 읽고 갔다가..
댓글을 보고
황급히 저도 저의 느낌을 뒤늦게 남깁니다^^
등 긁는 기구로는 효자손은 꽝입니다 전혀 시원하지 않아요.
좀 원시적인 걸로는 옥수수대가 있죠.
먹고 남은 옥수수대를 말려 꼬챙이에 꽂아 긁으면 굿.
좀더 세련된, 제가 고안한 것은, 여자들 머리에 감는 헤어롤. 일명 찍찍이구리프입니다. 거기에 긴 막대를 연결하면 최고의 등긁개 탄생입니다.
저는 효자손에 구리프를 끼웠죠.
근데 재재나무님은 구리프가 없을듯하네요. 왠지... ㅋㅋ
@JACK alooker 그러니까 말이예요^^
올려놓은 재재나무의 자작시를 읽어내려 가다 사라진 시를 떠올렸습니다. 좋은 느낌으로 읽어내려 가던 시가 사라진 자리가 가려운 등처럼 가렵습니다.
윤석정님의 시가 그 가려운 자리를 아프지 않게 긁어주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