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수몰 지구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11/06
조금만 더 자면 알람이 울릴 텐데…. 어둠이 아직 손을 씻지 못한 시간에 깨어납니다. 불을 켜지 않으면 사물들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채 경계선 만을 지닌 시간입니다.
새벽에 원치 않는 기상으로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또 그런 장면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할아버지는 마루 가운데 앉아서 신문을 보고 계셨습니다. 나는 온종일 자보는 것이 꿈이 되었다가 이제는 새벽마다 깨어나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는 말을 곱씹으며 알람이 울릴 때까지 자는 척을 합니다. 때론 눈을 감고 잠든척하다 잠이 들어 알람 소리에 깜짝 놀라 깨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몇 번 뒤척이다 일어나버립니다. 
 
생각해보면 누군가 깨워서 일어났던 적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하곤 저녁이면 잠에 취해 태평양을 건너는 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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