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으면 행복이 보인다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내 삶을 나답게 살고 싶은
2022/11/22


여유

여유로운 일요일이었다. 
한동안 강박처럼 주말이면 여행을 가거나 약속을 잡고 그것마저 없을 때는 검색을 해 근처 명소로 나가는 등 기를 쓰고 무언가를 했다. 오늘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느지막이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간단하게 토스트나 시리얼을 먹을까 했지만 갑작스러운 문상에 집을 비웠더니 변변찮은(?) 음식으로 끼니를 떼운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밥을 했다. 

작은 압력솥에 쌀을 씻어 안치고, 쌀뜨물을 받아 멸치 육수를 내었다. 깔끔하게 멸치를 건져내고 체에 거른 된장을 풀어 보글보글 구수하고 시원한 된장찌개를 끓였다. 며칠 전에 저렴한 가격에 팔던 섬초(한겨울 추위 속에서 바닷바람과 눈서리를 견디느라 땅바닥에 붙어 자라며, 직립형인 일반 시금치와는 달리 옆으로 퍼진 형태. 일반 시금치보다 달고 식감이 좋다)를 데쳐 나물을 무쳤다. 아이에게 장갑을 씌워 조물조물 무치도록 했다. 시금치라면 질색이지만 자기의 손을 한 번이라도 거치면 맛있다고 억지로 먹는 마법이 일어난다. 냉장고에는 시어빠진 김치밖에 없어 새콤달콤 오이무침을 했다. 계란말이를 하고 조미김을 잘라 상을 차렸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는 되도록 하지 않는 편이라 뚝딱 차려낸 상이 제법 그럴싸하다. 된장찌개 한 숟갈을 퍼먹은 남편은 ‘크~’ 감탄을 하며 엄지를 세워준다. 참새 같은 입을 벌려 음식을 집어 오물오물거리는 아이들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꼭 그렇지는 않더라. 먹어야 배가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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