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몽
청자몽 · 꾸준한 사람
2024/06/18
그러고보니 이곳에 쓴 글 중에 '할머니가 아니다'는 말을 내가 제일 많이 쓰지 않았나 싶다. 총각, 길 물어봅시다에 이어 할아버지가 아닙니다만.이라는 글까지 보다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냥 지나가지 않더라.

딸아이는 "엄마, 이 꽃 이름이 뭐에요?" 라고 볼때마다 물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제 딱 찍어봤더니 '개망초'라고 나왔다. 얘도 이름이 있었을텐데.. 맨날 달걀후라이꽃이라고 불렀으니. 미안하다. ⓒ청자몽

그러고보니 '나는 할머니가 아닌데, 지나다니다가 만나는 사람들이.. 툭툭 할머니라고 불러서 화난다/짜증난다.'는 글을 많이 썼다. 잊을만하면 한두번씩 사건이 생겨서 속을 뒤집어 놓았다. 할머니 아닌데, 왜 자꾸 할머니라고 하는가. 를 두고 참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지나갈 수 없어서 이어쓰기를 눌렀다. 

일단 사실만 놓고보면, 어쩌면 할머니가 맞다. 친정어머니는 27살에 나를 낳으셨다. 학교 졸업하고 취업한 한창 준비하던 25살 즈음의 엄마 나이가 현재 지금 내 나이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27살에 애를 낳았다면, 25살짜리 딸이 있다고 보면 된다. <신호등> 부른 가수 이무진의 아버지가 나랑 동갑이라는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다가 문득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세상에나 '신호등 이무진 삼촌'이 아들뻘이라니! 그래. 그럼 아들하자.

그렇다. 나보고 너 할머니니? 하고 묻는 할아주머니들은 대충 20대 초중반에 시집가셔서 애를 낳았을테니, 그들의 '상식'으로 보면 얼추 할머니인게 맞긴 맞다. 당장 내가 나때만해도 애들이 24살때부터 연이어 시집을 갔으니까. 31살에 노처녀 소리 들으며 거의 마지막인가에 결혼했으니 말 다했지.

그런데 그건 그거고. 내가 할머니인지, 엄마인지는 왜? 물을까? 아니면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할머니라 단정지어 말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겠다. 입장 바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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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전직 개발자, 이현주입니다./ 한국에서 10년, 미국에서 7년반 프로그래머로 일했습니다./ 현재는 집안 잔업과 육아를 담당하며, 마침표 같은 쉼표 기간을 살아갑니다./ 일상과 경험을 글로 나누며 조금씩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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