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젠남
젠남 인증된 계정 · 일하고 음악 듣고 글을 씁니다.
2023/08/04
휴가란 무엇인가..

휴가 (休暇) 
[명사] 직장ㆍ학교ㆍ군대 따위의 단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 또는 그런 겨를.

나에게 여름휴가란 무엇인가. 
돈을 많이 써서 멀리 떠나는 것, 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언제부터 휴가가 이렇게 되었나. 사실 내게 휴가는 소득과의 분리였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강의하고 원고 쓰는 삶에 휴가는 그저 소득이 없어지는 날들이었을 뿐이다. 

시급이 아닌 월급을 받게 된 후부터는 휴가와 휴일이 반갑게 느껴졌다. 쉬는 날이 있어도 작고 소중한 월급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남편은 대학원생, 나는 시간 강사일 때 결혼을 했다. 지금으로서는 무모한 20대의 결혼이었는데 신혼 때 좋아하는 감자탕 집에 가서 '소짜 감자탕'을 주문하자고 하니 남편은 그런 여유가 없다며 각자 해장국 하나씩을 주문함으로써 나는 결혼과 어른 됨, 생계를 책임진다는 일이 뭔지 알게 되었다. 

대학원생과 시간 강사에게 무슨 여름휴가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우린 신혼이었고 낭만이 있었다. 결혼하고는 주욱 시댁식구들과 휴가를 갔는데 신혼 3년 차에 그 행사가 취소되자 우리는 우리 만의 휴가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해외여행도 동해 바다도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우리도 남들처럼 번듯하게! 여름휴가를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디어를 냈다. 유럽 배낭여행을 가면 생판 모르는 도시의 지도를 펼치고 그 도시의 역사와 명소를 살피며 투어를 하는데 우리가 살면서 '서울 시티 투어'를 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서울 시티 투어를 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남편과 나는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예약하고 리움미술관을 넣고 사이사이 광장시장 빈대떡과 노포 보쌈집 본점을 끼워 넣었다. 가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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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음악 애호가입니다. 에세이 <곤란할 땐 옆집 언니>의 저자이며 국악, 클래식, 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다니며 일상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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