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은 우리 사회의 이방인이 아닐까

아나트만
아나트만 · 부지런한 사랑
2021/11/16
출처: Unsplash.com
노트북 배터리 표시 아이콘의 색칠된 부분이 줄어들고 있었다. 작업을 계속하려면 충전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콘센트를 찾아 카페 안을 돌아다니다가 눈에 띈 광경이 있었다. 전망 좋은 위치에 외국인 여성 서너 명이 앉아있었다. 먹음직스러운 케이크가 담겨 있는 접시를 사진으로 남기고 각도를 바꿔가며 셀카를 여러 장 찍는 모습이 그 나이대 젊은 한국 여성들과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마침내 구석의 콘센트를 찾아 노트북에 어댑터를 연결시키고 새로운 자리에 앉았다.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두 남자의 대화는 조용한 동시에 활발했다. 그들이 수어로 의사소통하는 농인이었기 때문이다.

한 테이블에선 외국어로 이야기를 하고, 조금 떨어진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수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둘 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낯선 언어였다. 카페에선 시종일관 한국 최신 가요를 배경음악으로 틀었다. 내가 가사를 정독해야 팝송의 감성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그들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의 감성을 온전히 느끼지는 못할 터였다.

……

사방이 생소하고 두려운 것들 천지였다. 배정된 숙소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그 도시에서 가장 악명 높은 우범지대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유학원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데 나는 당장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와야 했다. 스쳐가는 행인들 사이사이 누가 봐도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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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의 인간과 인간 속의 세상을 탐구합니다. 작고 여린 것들에 대한 부지런한 사랑을 글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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