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과 융통성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8/03
어제 저녁때쯤이다.
시간은 저녁인데 밝기가 남은 저녁이다.
낮엔 더워서 엔간해서 나가지 않는데 마트에 가야 했다.
불 앞에서 오래 끓이는 거 말고 반조리식품이라도 좀 사와야겠다 싶어서.

골목을 나서는데, 어디서 낯익은 검은 차 한대가 M빌라 앞에  서 있다. 예상한대로 ㅁㅁ차다.
ㅁㅁ을 떠올리면 그리 유쾌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 ㅁㅁ에게 가졌던
감정이 시큰둥해지긴 했지만.   

근데 여기 왜 왔지? 생각하다, M빌라건물이 ㅁㅁ거라는 걸 잠시 잊었다.

///

어쨌거나 마트에 들어서니 정말 시원하다.

나는
평소에 사지 않는 완제품 깻잎장아찌와 반조리정도 되는 스파게티,
열개 묶음으로 된 오이, 후랑크소시지, 유부초밥 등을 샀다.
꽤 무겁다.

그걸 들고 천천히 골목 앞으로 걷는데, 앗!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ㅁㅁ이 수도에 연결한 호스로 자기 차를 닦고 있었다.

이쯤에서 다른 골목으로 가는 건? (아니 내가 왜 피해가야 하지?) 그리고
너무 더워서 그럴 수도 없다.

///

하하, 안녕하세요! 그가 먼저 나를 봤다. 웃으며 인사한다. 나도 목소리 톤을 높였다.
 
어머, 의원님! 여긴 웬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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