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핵심은 내 안의 두려움(feat. 빨간머리앤)

정지우
정지우 인증된 계정 ·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2023/06/01
마릴라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브로치가 없어지자, 앤이 가져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마 이 장면은 <빨강 머리 앤>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마릴라는 앤을 추궁하지만, 앤이 자기는 절대로 브로치를 가져간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마릴라는 앤을 믿지 않고, 믿을 수 없는 고아를 집에 들였다면서, 마음이 너무도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앤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앤에 대한 확신, 앤이 훔치거나 잃어버렸을 것이라는 확신, 그로 인한 매우 불편한 마음과 심지어 입양에 대한 다소간의 후회까지 느껴지는 이 마음은 마릴라의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그 이전에 린드 부인이 심어놓은 편견과도 관련되어 있다. 함부로 아이를 입양하는 게 아니라고, 입양아가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있고, 천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마릴라에게 '두려움'을 조장해놓았던 것이다. 

결국 마릴라가 앤을 의심하고 믿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내면의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앤은 브로치를 가져가지도 않았고, 브로치는 사라지지도 않았다. 단지 마릴라가 떨어진 브로치를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 다시 말해, 마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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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는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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