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차양막과 빨간 차양막 사이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9/19
흐린 하늘입니다. 흐린 하늘을 보며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적적은 아직 젖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젖은 몸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고작 이제 알을 깨고 나와 하는 일이 산책이라니. 
 
거미가 검은색 차양막과 붉은색 차양막 사이에 두 가닥 줄을 치고 안개 같은 집을 짓고 있습니다. 
해가 떠오를 때까지 거미집은 비밀에 부쳐질 것입니다.

흐린 하늘과 허공이 뒤섞여 수많은 사람이 안개에 버무려져 있습니다. 배추의 속을 넣고 있는 장면을 흑백으로 찍고 카메라를 잡고 있던 사람의 입김이 카메라 렌즈에 섞여 듭니다.
 
안개는 쉽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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