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수다 | 한 사람의 부재를 애도하기 위한 방법

마민지
마민지 인증된 계정 · 영화감독, 작가
2023/10/09
프롤로그. 코로나로 누군가를 떠나보낸 당신에게
1화. 엄마의 죽음: 연유, 예감, 시간, 장소
2화. 엄마의 죽음: 준비, 시작, 보관, 기억
      2-1화. 돌봄을 둘러싼 우정 그리고 작별 맞이하기
      2-2화. 여성 상주 되기
3화. 엄마의 유품들: 엄마가 남긴 유품과 옛 기억
4화. 엄마의 유품들: 유품 속에서 찾은 ‘입양’ 단서
 

설이나 추석 연휴 기간이 되면 차례를 지내러 오는 사람들로 추모관이 시끌벅적하다. 주차장 입구까지 길게 늘어선 차들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봉안당에 들어가기까지 한참 줄 서 기다린다. 재작년 추석에는 느지막이 부모님 댁에 가서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무료하게 텔레비전을 보다가 낮잠을 한숨 잤다.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차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드는 엄마의 모습을 백미러로 흘끗 보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면 비로소 명절이 완성되었다. 구정에는 채수에 비건 만두를 넣어 떡국을 같이 먹었다. 가장 시끄럽고 귀여운 사람이 집안에 더 이상 없는 작년 추석부터는 집에서 음식 냄새도 나지 않았고 적막으로 가득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올해 설부터는 내가 엄마 밥을 차려놓고 기다리기로 했다. 절에 가서 합동 차례를 지내고 모르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밥을 먹고 산 공기를 쐬었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 사이로 종종 혼자 제사상에 절을 하는 여성들이 보이면 괜히 동질감이 느껴졌다. 


공휴일에는 부모님 집에 들러 계속 엄마의 유품을 정리했다. 나는 엄마에게 ‘왜 이렇게 물건을 안 버리고 쌓아두느냐’고 잔소리를 자주 했다. 엄마도 ‘자신이 미련해서 못 버리는 거’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명절이 세 번 지나가는 동안 나는 아직도 물건을 다 정리하지 못했다. 나의 미련 탓도 있지만 그도 그럴 것이 물건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엄마는 자신의 72년을 다양한 물건들로 보관하고 있었다. 게다가 수집해 놓은 대부분의 물건은 나의 삶이 묻어있는 물건이기도 했다. 장롱 안에는 70년대 사진부터 80년대 살았던 부모님의 집 명패, 가계부, 첫 조카의 첫 교과서, 딸의 저고리, 딸의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 지금까지 딸이 썼던 휴대폰 기기들, 최근에 딸이 참여했던 미술 전시 도록까지 켜켜이 쌓여있었다. 그중에 엄마의 숨겨진 취미도 발견되었다. 바로 연도별로 동전을 모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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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를 기반으로 창작활동을 한다. 사회 주변부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문화예술사업을 기획한다.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2018), <착지연습(제작중)> 연출, ‘상-여자의 착지술' 프로젝트 기획단, 에세이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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