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열 만으로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10/09
 
침대 매트리스가 회복됩니다. 덮고 있던 간절기 이불이 더 이상 짓누르지 못합니다. 내려 딛는 나무계단 그 끝이 닿지 않습니다. 거실 바닥에 발이 쑥쑥 빠지지 않습니다. 

세차게 흐르는 물이 피부와 함께 씻겨 내려가지 않습니다. 커피포트에서 기차가 도착했다는 소리를 내며 끓어오르는 수증기가 보입니다. 가볍게 발목 사이에 목덜미를 비비는 고양이 모란의 털이 축축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낮은 온도의 미열로도 살갗이 예민해지는 끓는점이 턱없이 낮은 사람입니다. 40도의 탕 속에 몸을 담그면 잠깐만 참고 있으면 어느 순간 따스한 물이 전혀 따스하게 느껴지지도 않을 온도일 텐데. 고작 1도 혹은 2도가 오르자 온종일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돌아다녔습니다.

 
37도 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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