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균
유한균 인증된 계정 · 출근시간에 우린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2024/02/21
부끄러운 이야기 하나를 하려 한다. 에디터님께 신혼여행기를 전자책으로 출간하자고 제안받은 날,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신혼여행기’를 바로 입력했다. 과연 결과가 많지 않다. 이 정도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군. 그렇게 한번 혼자 설레발도 떨어보았다.
   
글쎄, 사실 여행기를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것이 과연 희귀한 경험인가 의문도 든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글이 특별하다고 스스로 믿는 만큼, 이 역시도 가볍게나마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순서를 기록하는 건 늘 중요하다. 그래야 작은 성공이라 할지라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동안의 글쓰기 작업을 기억 속에서 되살려보려고 한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계속 글을 쓰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진다. 요즘 글감이 없어서 고민이 많다. 옛사람은 길 가다 꽃을 봐도 시상(詩想)이 떠올랐다는데, 내 눈에는 보이는 게 딱히 없으니 결국 이렇게 소재를 삼는다.
   
전자책 출간까지의 순서

1. 신혼여행 다녀오기
   
당연하다. 여행기를 출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행을 먼저 다녀와야 한다. 제아무리 경험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지만, 그래도 여행에 관한 글이기에 당연하다. 집 냉장고에는 아직 그리스에서 사 온 마그네틱들이 붙어있다. 가끔 막힐 때 그 기억이 필요하면 가만히 쳐다보고 있기도 하다.
냉장고에 붙어있는 마그넷
신혼여행지로 그리스를 택한 건 장고(長考) 끝의 결정이었다. 기왕 비싼 돈을 들여 장기 여행을 가는 김에 모두 누리고 싶었다. 유적지도 탐방할 수 있는 답사지이면서, 신혼여행답게 편히 쉴 수 있는 휴양지여야만 했다. 답은 그리스였다. 아내도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지금에야 그 선택이 훌륭했다고 자찬한다. 
   
2. 기획하기
   
이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자고 결심한 건 케팔로니아섬으로 가는 배 안에서였다. 시간은 길고 무료해서 잠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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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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