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프로 주부처럼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8/17
 비위가 약한 편이다. 결혼하기 전엔 싱크대 배수구에 음식물 찌꺼기만 보아도 속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맨손으로 음식물 쓰레기 만질 때 주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또한 식칼로 생선 대가리를 내리칠 때, 오징어 배를 갈라 내장을 손질할 때 등등 진정한 주부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꿈틀대는 문어 손질은 아직 무리다. 굵은 소금으로 바락바락, 밀가루로 치대야 미끄덩거리는 점액이 사라지고 빨판의 더러운 것들도 깨끗하게 씻긴다. 꿈틀대는 문어와 낙지 같은 건 너무 무서워 남편에게 부탁한다.

 초보 주부 시절엔 정해진 레시피를 곧이곧대로 따라 하느라 무슨 요리를 해도 한나절이 걸렸다. 굳이 필요가 없는 재료도 없으면 하늘이 두 쪽 나는 줄 알고 요리하다가 마트로 뛰쳐나가기도 했다. 요리를 마친 뒤 또한 가관이었다. 주방에 있는 냄비와 조리기구들이 모조리 출동한 듯 엉망진창이 되었다.

 이젠 그런 시기를 지나 없으면 없는 대로, 레시피는 눈으로 한번 훑고 곧잘 따라 한다. 더할 건 더하고, 뺄 건 빼 나와 식구들의 식성에 맞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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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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