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혼밥러가 되었습니다

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4/02/02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한 건 대학생이 되고서부터였다. 좁은 교실에서 수십 명이 복작거리던 고등학생때와는 달리 대학생활은 모든 것이 혼자였다.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을 보내며, 밥을 먹는 것까지.

처음에는 혼자 밥을 먹는 게 어색했다. 혈기왕성하던 10대 때는 열명이서 넘게 떠들며 밥을 먹었었는데, 가만히 멀뚱멀뚱 앉아서 혼자 밥을 먹으려니 적응이 잘 안 됐다.

친구가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신경이 쓰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야말로 차렷자세로 허공을 응시하며 꾸역꾸역 밥을 털어 넣었다.

하지만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장점도 많았다. 메뉴를 고르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함께 먹는 사람과의 불필요한 대화 없이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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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입사와 동시에 혼자서 밥을 먹는 생활은 끝이 났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잃어 봐야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팀장 포함 10명도 채 되지 않는 팀이었지만, 매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메뉴를 선정하는 것부터 계산하는 것, 회식 다음날에는 해장을 뭘로 하느냐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이고 루틴 한 식사시간이 낯설고 피곤한 일과로 변해갔다.

메뉴를 선택하는 권한은 99.9% 팀장에게 있었다. 지금껏 거쳐간 팀장이 7명은 되는 것 같은데, 그들은 다양한 출생지역만큼이나 다채로운 식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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