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수지 · 글사랑이
2023/11/02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말은 나의 경험이 다분히 포함된 것일 수 있다. 나이 들면서 체득한 경험들이, 예전의 인생 선배가 나에게 해줬던 충고가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너무나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내가 중학교 때 내 짝꿍으로 만났던 친구는 두꺼운 안경을 썼고 덥수룩한 곱슬머리에 구부정한 어깨로 책을 볼 때면 책 속에 파묻힐 정도로 가까이 들여다보던 친구였다. 피부는 하얗다 못해 창백했고 말소리도 작아서 내가 몸을 기울여야 겨우 들을 수 있었다. 시력이 안 좋다 보니 계속 책상 위의 뭔가가 떨어졌고 여기저기 잘 부딪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친구는 나를 많이 의지했고 내가 도와줘야 된다는 의무감이 마음에 쌓여서 학교에 있는 동안은 그 친구가 내 맘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은 성가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도와줘야 된다는 마음과 도와주기 귀찮다는 두 마음이 공존하며 날이 갈수록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자리 잡았다.
그 친구의 친구라고는 나밖에 없어서 학교에서는 항상 같이 있었지만 내 맘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난 다른 무리에 끼고 싶은 마음도 워낙 크다 보니 교실 뒷자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친구들은 하나같이 깍쟁이 같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느낌을 즐기면서 주위 친구들에게 골고루 눈빛을 발사하면서 뽐내기를 좋아했다.
나의 뒤통수는 항상 맨 앞자리의 구부정한 친구를 의식했지만 애써 모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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