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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2024/01/22
문학의 힘은 사라지지 않아요
올해 1월 에세이 『읽을, 거리』를 펴냈습니다. 난다 출판사에서 새로 기획한 시리즈로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입니다.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1월 김민정 시인의 『읽을, 거리』를 시작으로 전욱진, 신이인, 양안다, 오은, 서효인, 황인찬, 한정원, 유희경, 임유영, 이원, 박연준 시인이 12권을 차곡차곡 채워갈 계획입니다. 이름하여 '시(詩)의적절 프로젝트'입니다.
"독자들로부터 시를 읽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어떻게 시를 소개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나온 기획이에요. 시인이라고 시만 쓰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어느 날은 일기, 또 어느 날은 소설이 될 수도 있어요. 시인의 하루하루를 들여다본다는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매월 잡지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인들의 글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읽을, 거리』에는 김민정 시인이 쓴 연작 시 9편을 포함해 이슬아 작가와 이훤 시인의 결혼식에서 읽었던 축시, 배우 고아성, 문학평론가 김화영,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 등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시, 에세이, 인터뷰, 일기, 편지, 동시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김민정 시인은 2014년 도시 에세이 '걸어본다' 시리즈를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매일같이 예술로 사는 작가들의 발걸음을 좇아보자는 시도였죠. 시인이기 전에 편집자, 출판인으로서 정체성이 짙은 김민정 시인은 읽히는 책,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문학을 소개하기 위해 오늘도 눈을 밝힙니다.
"독자들로부터 시를 읽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어떻게 시를 소개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나온 기획이에요. 시인이라고 시만 쓰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어느 날은 일기, 또 어느 날은 소설이 될 수도 있어요. 시인의 하루하루를 들여다본다는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매월 잡지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인들의 글을 소개해보려고 해요."
『읽을, 거리』에는 김민정 시인이 쓴 연작 시 9편을 포함해 이슬아 작가와 이훤 시인의 결혼식에서 읽었던 축시, 배우 고아성, 문학평론가 김화영,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 등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시, 에세이, 인터뷰, 일기, 편지, 동시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김민정 시인은 2014년 도시 에세이 '걸어본다' 시리즈를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매일같이 예술로 사는 작가들의 발걸음을 좇아보자는 시도였죠. 시인이기 전에 편집자, 출판인으로서 정체성이 짙은 김민정 시인은 읽히는 책,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문학을 소개하기 위해 오늘도 눈을 밝힙니다.
이런 분이라면 질문을 남겨보세요
- 평소 김민정 시인에게 궁금한 게 있었던 사람
- 문학 전문 출판사의 일상이 궁금한 사람
- 첫 책을 내고 싶은 사람
- 시, 소설, 산문을 각별히 아끼는 사람
'좋은 질문'에는 포인트를 드려요!
- 김민정 시인이 직접 선정한 ‘좋은 질문’을 하신 분에게 5,000 포인트를 드립니다.
- 본인 등판 답변 기간 중 매일 1명을 선정해 댓글창에서 공지합니다.
<본인등판 3일 차 포인트 당첨자 발표>
김민정 시인이 선정한 ‘좋은 질문’은 @박동주 님의 질문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1/31) 5000포인트를 지급해 드릴 예정입니다.
좋은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도록 관심 갖고 살펴봐 주신 얼룩커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광부2020 아이고 세상에나 이런 따뜻한 말씀이라니요. 제가 댓글을 달면서도 자꾸만 질문을 까먹어서 글을 보려 내려갔다 올라왔다 하면서 술을 끊어야지 큰일났구나 그렇게 자책하면서 발동동이었는데 갑자기 뭉클, 그럽니다. 만나서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쳐가며 나누는 대화의 진솔함도 중요하겠지만 바쁜 틈을 타 이곳에 질문을 남기는 일의 작정에 대해 생각을 해보니까 이렇게 시간을 내주심이 귀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싶은 것이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모쪼록 올 한 해(구정 전이니까) 평온하실 수 있게 광부2020님 이름으로 기도하는 순간 가질게요.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 아니려나, 저는 올해 더 자주 두 손을 한데 모으려 합니다. 고맙습니다.
@zxcv12 오마나 걸어본다 시리즈 얘기를 해주시다니요! 엉엉. 걸어본다 시리즈는 난다에서 야심차게 준비를 해서 시동을 걸었는데 제가 2018년에서 멈췄어요. 원래는 꿈이 원대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다고들 하시고 무엇보다 코로나가 터지고 난 뒤에는 떠나보기 여행하기 자체를 꿈꿀 수 없으니 절로 접어두게 되더라고요. 걸어본다 시리즈로 계약한 많은 작가분들이 계신데, 어떻게든 재개를 하려는 마음인데, 그 만듦새부터 일단은 변화를 가져보려고 하고 있고요, 올해부터는 선도 보이려 작정하고 있습니다. 제 나름의 결심을 들킨 듯해 아뿔싸 하면서 얼굴 빨개진 지금입니다. 걸어본다, 시리즈 이름을 말씀해주신 것부터가 저에게는 무한한 에너지를 주시는 겁니다. 제가 저를 부정하지 않도록 긍정적으로 나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QOQO98 아 정말 어려운 질문이 아닐 수 없어요. 저는 등단이라는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본 적이 없거든요. 고민이라 하면 제 안에 대안이라 할 방안이 있어야 깊어질 텐데 제가 그런 뼈가 또 심어져 있지를 않아서요. 다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등단 제도를 통하자면 신인이 소개될 적에 목소리가 좀 크게, 그 들림이 좀 폭넓게 퍼질 수 있는 가능성은 농후해서 그 제도를 통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당연히 주목도가 생김을 알아요. 하지만 그 이후가 중요하겠지요. 계속해서 긴장감 있는 개성 넘치는 시를 써내지 않는다면 처음의 그 팡파레는 불꽃놀이의 순간 정도로 그치지 않을까 해요. 저는 꾸준한 자기만의 목소리에 지구력을 보여주는 시인의 뒤를 몰래 밟는 버선발, 편집자들은 다 그런 발을 쓰고 있지 않을까 하여요. 물론 등단 제도를 거치지 않고 투고의 방식을 택해 새로운 시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 이들에 대한 톺아보기 역시 편집자들이 하고 있다고 보아요. 와 근데 여기서 어려운 얘기를 하려니까 말이 배배 꼬여요. 제가 신 매체에 적응하는 어려움이 좀 있어서 자꾸 질문의 맥락을 까먹는 것도 같아요. 지송요.
@나영 어쩜. 질문을 받았는데 격려를 받은 이 느낌을 뭐라 전할 수 있을까요. 고마움은 필수고요, 좋은 시를 쓰지 못하고 살았는데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것으로 보아 시는 이렇게 이런 타이밍에도 우리를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존재구나 소리도 없이 강하구나 또 한번 인정하게도 됩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좋아 붙잡았고, 붙잡은 순간부터 지금껏 시는 어떤 목소리로도 나를 가르친 적이 없는데 나도 모르게 스승처럼 여겼던 것은 아닌가... 그 덕에 더 나쁜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비교적 덜 나쁜 사람으로 오늘까지 살게 한 것은 아닌가. 어쨌든 시는 내가 나와 사랑하는 이야기고 내가 나와 싸우는 이야기고 내가 나를 혼내는 이야기고 내가 나를 일으키는 이야기잖아요. 끊임없이 나로 하여금 나를 붙들고 늘어지게 만들면서 나의 안과 밖을 훑고 쓸고 만지게 하는 존재. 어쨌든 더 나아지자고 하는 방향이지 더 나빠지자고 하는 방향은 아니니 나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훈련을 시켜주는 시는 평생의 동반자라 할 유일한 스승이다 점점 생각이 굳혀들어요. 무시무시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 그나마 시가 내게 가끔 돌을 던지니 그 작은 파문에 살짝 걸음을 멈추고 서볼 수도 있는 계기. 제가 그래서 종종 돌을 쥐나봐요^^
@eun00 네네 가히 에세이의 시절이 아닐까 싶다는 얘기도 많이 들리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뿐만 아니라 시집도 소설도 출간되는 도서들도 보자면 전에 없이 많아진 것도 사실 같아요. 출간 종수가 계속 늘고는 있으니까요. 그리고 출간 시스템도 1인 출판이 어렵지 않은 시절이 되다보니 그 영향도 있는 듯해요. 다만 저는 지금껏 어떤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 경향의 방향성으로 제 뱃머리를 돌려오지 않았던 탓에 유행으로부터 거리가 멀거나 완전 다른 소리를 해대는 책들을 앞세웠던 것도 같아요. 말하자면 내가 출간하고픈 작가가 가장 잘 쓸 수 있고 그 쓰는 데에 말이 됨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던 것 같아요. 각기 다른 기질의 작가들이 그 다양성을 색색으로 입고 빛날 수 있다면, 독자들이 저마다 필요한 빛 앞에 알아서 달려가 부신 눈을 깜빡거린다면, 그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일까. 이상주의자라고 비판받을 부분이 분명 있기도 하겠지만, 그 힘으로 지금껏 버텨왔던 것도 맞는 듯해요. 두루두루 극과 극이 맞는 저자와 독자는 만난다! 이 정신의 힘으로요^^
<본인등판 2일 차 포인트 당첨자 발표>
김민정 시인이 선정한 ‘좋은 질문‘은 @realmelody 님의 질문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1/31) 5000포인트를 지급해 드릴 예정입니다.
좋은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도록 관심 갖고 살펴봐 주신 얼룩커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첨자 선정은 내일까지 계속되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댓글 달러 왔는데 답변 읽으면서 뭉클해지고 고맙다는 마음이 듭니다. 제 질문은 아직 답변이 안 달린 분과 비슷하여 시인님께 마음만 전하고 물러갑니다. 난다와 민쟁 모두 오래오래 좋은 작품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박동주 하하 제가 했던 인터뷰가 떠오릅니다. 그 구절을 딱 골라서 말해주셨군요. 사실 저는 책을 무척 좋아했는데 책이 업이 된 연유로 책의 조갈증은 못 느끼게 되어 그 점에 아쉬움 모르고 살고 있기는 해요. 다른 직업을 사실 꿈꿔본 적도 없고요. 먹고사는 일을 우선으로 할 적에 제가 참는 무언가가 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좀 다른 얘기일 수는 있는데 아주 가끔 계산기를 우선으로 해야 할 적에, 그래서 책의 만듦새에 숫자를 들이밀어야 할 때, 그때 우울이 날 통과하면서 내가 이 좋음에 방해를 받는구나 덜컥 턱에 걸리는 느낌을 받는 듯해요. 그러나 숫자에 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버티는 게 저의 경우 같아요. 그러나 돈을 포기하면 두고두고 후회라는 제 억장이 무너지지 않기에 두둑하게 챙길 수 있는 것들이 있다라고요. 이를테면 떳떳함 자신감 여한이 없음 같은 무한의 구름 같은 마음이요. 돈에 지고 마음에 이긴다면 챙길 건 두둑한 안도겠지요. 포기해야 가질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는 좀 있는 듯도 해요.
@realmelody 제가 늘 해오는 고민을 딱 집어서 말해주셨네요. '소진'이라는 말이 너무 아프게 옵니다. 그 단어는 정말 참고 참았음에도 객관적으로 나를 보고 또 봄에도 내가 훼손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절로 튀어나오는 단어이기도 하거든요. 한편으로는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입니다. 갈 데까지 다 갔는데도 더 가라고 할 때는 그 뒤가 낭떠러지다 할 때는 그 단어로 누군가 뒤에서 무릎을 탁 친 것처럼 휘청하지요. 저는 20년을 시인과 편집자 사이에서, 쓰기와 만들기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는 시소 위의 여자였던 것 같아요. 나를 챙기는 것이 나의 쓰기일까 기울다가도 내가 만드는 것으로 내가 존재하는 순간이 오면 또 그쪽으로 기울고... 그런데 4번째 시집을 내던 2019년에 확실히 알았던 것 같아요. 가장 사랑하는 것은 없고 많은 사랑은 있을 것이라는 믿음. 편집자로 그 정체성을 확고히 굳히면서 삶이 꽤 가뿐해지고 담백해진 부분 덤으로도 좀 있었는데요, 흔들림이라는 고뇌의 시간이 없었다면 그 균열을 견디지 않았다면 더 큰 허방 속에 빠져서 이 둘도 뭣도 아니라는 즉흥적인 선택을 했을 것도 같아요. 나의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의 내가 무엇을 할 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줄도 모르고 팔을 세차게 흔들며 허방을 움켜쥐려 하는지, 나의 나를 집중해서 보셔요. 나의 내가 좋아하는 그 무엇을 사들여보는 일이 우선이면 좋겠네요. 나의 나에게 가장 혹독한 선생이 아닌지 나의 나에게 가장 부드러운 파자마부터 입혀주기를 바라요.
시를 읽고 쓴다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나처럼 욕심많고 못된 인간에게 시가 가당키나 할까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시를 읽는 태도는 다른 책이나 글을 읽는 것과는 또 약간 다른 결로 느껴집니다. 시가 점점 사라지고 일상에서 멀어져 간다는 건 세상이 그만큼 달라지고 빠르게 나빠진다는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마음의 변화가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어느 순간 좋은 시를 만나게 되면, 하염없이 무너지거나, 고양되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에게 시란 여전히 무엇이어야 할지 김민정 시인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좋은 시를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읽는 취미가 있는 취준생입니다.책을 읽는 게 좋아요. 그런데 그러고 있으면 쉽게 조급해집니다. 먹고 살 걱정만 아니라면 더 많이 읽을 텐데 항상 아쉽습니다.
예스24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보니 "“넌 그렇게 생각해. 나는 내가 만든 게 좋아”라고 외치는 시인"이시더군요. 주변의 방해를 멋지게 제압하는 분 같아 여쭙습니다.
시인님께선 좋아하는데 '먹고사니즘'이 방해하는 일이 있으신가요? '먹고사니즘'을 제압하는 비결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민정 시인님 안녕하세요! 저는 항상 시를 짝사랑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생각해보면 시와는 친해지고 싶은데 노력은 하지 않는 게으른 저에 대한 비겁한 변명같은 거였던것 같아요. 저는 시가 보이지 않는 마음들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요 시의 리듬을 좀 더 잘 따라가기 위해, 시를 조금 더 잘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단순히 시를 많이 읽는 것으로도 시와 조금 더 가까운 관계가 될 수 있을까요?
+ 달아주신 댓글에 '나'를 놓는 법을 배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고명재 시인님과 김선오 시인님을 통해 들은 이수명 시인님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확실히 나를 지우는 게 쓰기든 읽기든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는 언제나 타인의 눈 속에 비친 저만을 응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자아가 너무 강한 사람 같아요.
어떻게 하면 저를 조금이나마 지우고 타인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김민정 시인님, 반갑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언제 쉬시나요? 너무 많은 사람들을 두루 챙기시느라 본인은 잘 못 챙기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최근에 신간 출간 축하드립니다. 일할 때의 루틴과 쉴 때의 루틴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민정 시인님께 ‘시란 무엇일까요?’ 질문드려요.
3. 판매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저는 일단 제가 갖고 싶고 제가 읽고 싶어하는 이야기여야 꿰고 만듦에 박차를 가하는 것 같아요.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나 한편 둔감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물론 합니다. 기본적으로 한 권의 책으로 말이 되는가, 억지는 아닌가, 그 포인트에 깃대를 꽂고 기획을 한 뒤 필자를 떠올리지요. 물론 필자를 앞에 두고 그에 맞는 기획을 뒤에 두기도 하고요. 특히나 '장르'를 넘나드는, 그 장르란 걸 굳이 국한하지 않는 유연한 '쓰기'의 확장된 '읽기' 책을 지속적으로 실험해보려는 마음의 가짐은 있습니다. 책이란 네모, 언제나 나는 그 틀을 깨는 데서 매번 원을 생각합니다. 바퀴도 없이 우리를 싣고 거기가 어디든 굴러 나아가게 하는 일로 바쁜 책, 그러나 돌아보면 언제나 침묵 속 입이 없는 책. 그리하여 언제나 첫 페이지 첫 줄 첫 단어가 어떻게 쓰여지는 책이려나 상상합니다. 그 가늠이 온전하게 확인될 때 이미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줄 마지막 단어가 다 쓰였다 믿습니다. 기준이라면 그 처음과 끝에 있겠지요.
2. 문학적 감수성은 숱한 '호기심'에서 그 겹이 두터워진다고 믿어요. 시만 읽어 가능한 분도 계시겠지만, 제 경우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잡다'한 관심사가 문학적 토양분이 되어준 것 같아요. 내가 어떤 화가의 어떤 그림을 좋아하는 데서 내가 어떤 가수의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 데서 내 취향을 안다 할 적에 저는 색색의 물감에서 나의 컬러를 찾고 좋아하는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나의 호흡을 찾고 갖가지 요리에서 나의 입맛을 찾으면서 그렇게 일단 나에게서 '나'를 우선에 놓는 법을 배우고 나에게서 '나'를 주제로 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내가 나를 가장 잘 알면서도 내가 나를 가장 잘 모른다 할 적에 글쓰기에 있어서의 '거리'를 배우고 나면 세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될 거예요. 그런 다면 속에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겹은 보다 풍성한 레이스를 자랑하게 되겠지요?
1. 문학도 출판도 정답이 없기에 오늘도 계속된다고 봐요. 하늘 아래 같은 사람이 없듯 하늘 아래 같은 글도 없다는 기대 속에 우리는 늘 새로운 페이지를 고대하죠. 그런 연유로 습작을 할 때 나만의 개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기획을 도모하고 문체 역시 제 스타일을 고유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스토리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은 읽기에 새로움을 환기시키지 않죠. 이에 제목 역시 중요합니다. 본문 소제목도 마찬가지고요. 낯설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 이 신뢰에는 교정이나 교열을 잘 거쳤을 적에 더한 확신을 얹게 되지요. 여러 번의 퇴고 과정을 반드시 거치셨으면 하는 바람 그래서 큽니다. 출판사는 내가 쓴 작품의 경향을 선호할 수 있는 곳을 아는 데서 선하여 보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칭징저 너무 따뜻한 말씀에 일단 위로를 크게 받았다 고백하여요. 진심처럼 정직한 마음이 없다 점점 여기는 저랍니다. 지나간 것이 쉽게 잊히는 작금의 시절에 말이지요. 그 옛날 고슴도치를 읽었다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저는 감 격인데 팬이라 해주시니 그 시집이 처음 나왔던 그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버려져도 어쩔 수 없다는 용기가 가득했던 때라지요. 물론 외롭기도 했고요. 계속 이렇게 쓰며 나아가도 되는가. 출판사를 운영하는 지금의 저는 그때의 제 마음으로 어딘가 종이의 가장자리, 그 모서리에 있을 수도 있을 시인들을 찾고 그들의 지붕이 되어보자 결심한 바 조금은 있는 듯해요. 활자라는 스프링을 달고 사방팔방 눈치보는 일 없이 펄쩍펄쩍 뛰는 천진하고 무구한 시인들의 뒤꽁무니를 좇자 하는 일이 정말 즐겁더라고요. 돈을 우선에 두는 사람이 못 되어 회사의 살림을 사는 일은 너무 어렵지만 그럼에도 저는 저 좋은 것을 우선에 두어요. 그 좋은 것을 더 좋아해줄 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제 곁에서 지지해줄 거란 착각을 믿음 삼아서요. 이렇게 쓰고 보니 저 무지 행복한 사람 같네요.
<본인등판 1일 차 포인트 당첨자 발표>
김민정 시인이 선정한 '좋은 질문'은 @박혜지 님의 질문입니다. 다음 주 수요일(1/31) 5000포인트를 지급해 드릴 예정입니다.
좋은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도록 관심 갖고 살펴봐 주신 얼룩커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첨자 선정은 오늘과 내일도 계속되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박혜지 네네 시에 대한 많은 고민 속에 직접 쓰기도 많이 하시는 듯해요. 그런 뉘앙스의 질문 같기도 했네요. 다양한 시집을 읽는 일로 시의 다채로움을 목격하는 주체로 서 있는 일을 기본으로 하고 계시는 듯하니 저는 쓰는 면에 있어서 제 경험을 말씀드리자면요, 저는 일단 시가 안 되었을 적에 시로 갈피를 못 잡았을 적에 제 문장 쓰기의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한 문장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내가 쓰고 내가 한참 쳐다보는 거지요. 물론 어떤 주제를 고민하고 있는 와중이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담아내는 그릇도 제각각 달라져야 함이 맞으니까요. 지금 내 관심사가 조사에 있는지, 부사에 있는지, 형용사에 있는지, 문장부호에 있는지, 저는 돋보기를 더더욱 저에게 가까이 대지요. 나를 알아야 나를 쓸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 나를 훑음으로부터 탈탈 두 손을 털게 되면 나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지요. 거리감을 확 두지요. 내가 나를 모르면 불안해서 안 떨어지려고 하는데 내가 나를 알면 안도하며 훌쩍 떨어질 수 있는 거잖아요. 내가 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적에 내가 끌어안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하지요. 자아가 강하셔야 해요. 강하지 못한 자아로는 비스킷도 깨물 수가 없어요. 깨물어야 맛을 알고 깨물어야 허기가 채워지고 깨물어야 이가 운동하고 깨물어야 침이 고이지요. 오늘 내가 붙들고 있는 오늘의 내가 누구인가, 나를 더 똑똑 두드려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