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고 싶은......마지막 자존심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01/29
툭, 툭. 때론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이 눈에 잘 띌 때마다, 들릴 리 없는 소리들이 귓가로 다가옵니다. 꽤나 길어진 머리를 몇 번 쓸어넘기면서 조금 더 길러볼까 고민을 하지만,  금세 빠지는 머리칼을 보며, 그리고 애매한 길이로 정리가 되지 않는 머리카락에 포기를 하곤 합니다. 다만 조금 먼 곳에 있는 미용실을 찾아가야 하기에, 늘 미뤄지고 있지만요.

청소를 하며 머리카락들을 쓸어 담다보면, 혼자 사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듯이 강아지 털들도 함께 모여 엉겨붙습니다. 강아지의 털갈이가 시작되면, 덩달아 저도 털갈이가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은 단순한 착각일까요. 며칠 손을 대지 않으면 집안 이곳 저곳에 까만색과 크림색이 먼지와 함께 뭉쳐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결국 몇 번의 빗자루질 후에 카페트 위를 테이프 클리너로 붙은 머리카락들을 떼어내다, 누나 못지 않게 정리되지 않은 털을 부벼대는 녀석을 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한파가 연달아 찾아오며 난방텐트 속 전기장판 위에서 몸을 누이던 아가가 종종 밖으로 나와 가래를 토하곤 합니다. 누나와 함께 자는 이불이 아닌, 밖으로 나와 기침을 하는 녀석이 기특하면서도 아픈 모습을 보며 가슴 한 켠이 아려오곤 합니다. 제대로 관리를 해 주지 못한 주인의 잘못에 군데 군데 뭉친 털을 다듬어 주고 싶은데, 여전히 추운 날씨와 아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종 여러 종류의 빗들을 꺼내 빗질을 해 주곤 하지만, 꽤나 많이 길어진 털들을 언제쯤 밀어줘야 하나, 그 생각에 빨리 날이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강아지의 발바닥으로 시선이 갑니다. 산책을 하고 난 뒤에 발을 깨끗이 씻겨줘야 하는데, 나쁜 주인은 종종 가볍게 닦아주기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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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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