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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차 영화 번역가 황석희입니다
2023/12/04
18년째 머릿속에 ‘번역’만 넣고 살고 있는 영화 번역가 황석희입니다. <데드풀>, <스파이더맨>, <아바타> 등 영화를 주로 번역했고 <썸씽로튼>, <하데스타운>, <미세스 다웃파이어>처럼 뮤지컬, 연극, 책도 번역하는 잡식성 번역가죠. 제 소망은 영화 대사도 타인의 말도 잘 번역하고 더 깊이 이해하는 썩 괜찮은 번역가가 되는 일입니다. 운이 따른다면 그렇게 번역한 소소한 일상들을 독자들과 자주 나누고 싶고요. 이런 마음을 담아 얼마 전에 번역서가 아닌 첫 에세이 『번역:황석희』를 펴냈어요.
책 추천사를 김이나 작사가님이 써주셨는데요. “언어란 실로 복어가 가깝다.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지만, 작은 무지나 실수로 인해 치명적인 독을 품기도 하는 복어, 잘 다루면 대단한 풍미를 내지만, 잘못 다루면 매우 해롭다. 황석희는 언어를 복어처럼 다룬다.”는 글을 읽고 아찔하면서도 기쁘더라고요. 한편으론 조금 찔리기도 하고요.
이번에 제가 쓴 책 제목이 독특하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책 제목이 사실상 저자의 이름이라니! (웃음) 그런데 아마 책을 읽어 보시면 참 잘 어울리는 제목이란 생각이 드실 거예요. 솔직히 저도 민망함에 몇 번을 피하려고 했던 제목이긴 합니다. (사실 이 제목은 출판사에서 의견을 주신 제목이에요)
2005년, 처음 번역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직업 번역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단 한 톨도 없었어요.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했듯이 임용고시에 도망쳐 뭘 해먹고 살지 고민하던 차에 막연히 선망했던 게 ‘번역: 황석희’가 적힌 책 한 권이었을 뿐 직업 번역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죠.
그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 벌써 18년째. 그것도 생각과 달리 출판 번역가가 아니라 쌩뚱맞게 영화 번역가가 됐습니다. 18년을 번역가로 살다보니 세상이 다 번역으로 보이더라고요.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가거든요. 상대의 말은 물론, 표정과 기분을 읽어내 각자의 언어로 이해하는 것도 번역이고 콧속에 들어온 차끈한 아침 공기로 겨울이 오고 있음을 깨닫는 것도 일종의 번역이죠.
그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 벌써 18년째. 그것도 생각과 달리 출판 번역가가 아니라 쌩뚱맞게 영화 번역가가 됐습니다. 18년을 번역가로 살다보니 세상이 다 번역으로 보이더라고요.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가거든요. 상대의 말은 물론, 표정과 기분을 읽어내 각자의 언어로 이해하는 것도 번역이고 콧속에 들어온 차끈한 아침 공기로 겨울이 오고 있음을 깨닫는 것도 일종의 번역이죠.
얼마 전 인터뷰를 하는데 이런 질문을 들었어요. “번역가는 욕을 먹는 직업이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냐?”고요.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어요. 제게 번역가란 직업은 욕을 먹는 게 디폴트인 직업인데 과분한 관심과 호의를 받는 이유를 저도 정확히 모르겠다고. 그래서 사실 언제든 추락해도 상관없다고 말했죠.
18년을 집에서 작업하는 프리랜서로 살다 보니 일상과 일이 뒤섞여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어떨 때는 쉼이 일이고, 일이 쉼이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워라벨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또 굳이 나눠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한편으론 뒤죽박죽이고 한편으론 일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합쳐져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워낙 노출이 없던 직업이다 보니까 궁금하신 점들이 있으실 거예요.
🧐 영화 번역가의 일상이 궁금한가요? 좋은 번역이란 무엇일까요?
🧐 최근에 번역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영화가 있었나요? 소설, 그 외 다른 책들은요?
🧐 직역과 의역 사이에서 고민한 적이 있나요?
🧐 최근에 번역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영화가 있었나요? 소설, 그 외 다른 책들은요?
🧐 직역과 의역 사이에서 고민한 적이 있나요?
2023년 12월 4일부터 12월 6일(수요일) 23시 59분까지,
영화, 번역, 작가 등 궁금한 모든 것을 질문해주세요.
황석희 번역가가 직접 좋은 질문, 의견을 주신 2명을 선정해 커피 기프티콘을 드립니다.
@popo 써놓고 보니 특정 독자층에게 읽힐 책 같진 않더라고요. 아마도 저와 결이 맞는 독자님들에게 읽을만한 책이 될 것 같은. 서점 나들이 가셨다가 한두 꼭지 정도 읽어 보시고 결이 맞다 생각하시면 보시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
질문받SO - 황석희 편 댓글 당첨자입니다.
@schiele @홍지현
아래 메일로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시면, 커피 쿠폰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jay@alookso.com (메일 수신 기간 : ~ 12월 13일까지)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번에 나온 책을 읽었는데 번역가라도 반드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글이 너무 맛깔스럽고 잘 쓰시더라고요. 윤여정 배우 이야기나 어머님 이야기가 좋았어요 뭉클해졌고. gv 이야기도 좋았어요
이번 책을 어떤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나요?
에세이스트로서 좋아하는 작가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황석희 님~ 안녕하세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입니다.
영화 번역을 하시고 계시는데 몇개 국어를 하시는지 궁금 합니다 ㅎㅎ
@muruybi 외부 일정이 많아서 사이사이 일을 해야 하는 경우를 빼면 밖에서 작업하지 않아요. 그 작은 화면 하나를 띄워놓고 작업한다는 게 너무 불편한 일이거든요. 집에서 34인치, 27인치 모니터 두 개를 띄우고 기계식 키보드를 난타해 가면서 치열하게 번역해야 제가 원하는 환경에서 작업이 가능해요.
@JoR 아무래도 개봉관 시장과 OTT 시장은 사실상 별개의 시장이라 상황이 많이 달라요. 저도 할로윈, 핼러윈 등 쓸 때마다 턱턱 막히는 것들이 있는데요. 가능하면 언중이 많이 쓰는 것들을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자막은 글이 아니라 말이거든요. 제 원칙은 그렇지만 OTT 시장에선 아마 칼같이 지켜야 할 거예요. 가이드라인이 너무나 명확히 있으니까요.
@뽜밹렄딬 개봉한 지 오래된 영화가 재개봉할 땐 재번역을 거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십중팔구는 기존 번역으로 개봉합니다. 비용 문제도 그렇지만 여러가지 걸리는 문제들이 있어요. 딱히 절차상 문제될 것이 없고 번역 질에 관심이 높은 수입사라면 재개봉시 더 큰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재번역을 하긴 해요. 영화만이 아니라 블루레이 시장에서도 그런 일이 종종 있고요. <마지막 황제> 같은 블루레이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워낙 많았기에 제가 통째로 다시 번역해던 예예요.
안녕하세요, 소소하게 번역 업계에 발 걸치고 있는 번역인입니다! 여기서 황석희님을 봬니 뭔가 영광스럽네요. 일하며 늘 고민하는 몇 가지 내용 질문 드려봅니다!
1) 드라마 번역을 하거나 예능 번역을 하다보면(특히 여러 편을 번역해야 하는 경우) 인물간의 관계도를 기반으로 어투, 호칭 등을 틀리지 않게 통일하는 게 늘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주로 엑셀에 통일본을 정리해 작업하곤 했는데 혹시 황석희님은 관련해 본인만이 가진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2) 번역하다보면 국립국어원에서 맞다고 하는 표현이 대중에게는 너무 먼 표현이거나, 대중이 널리 사용하는 다른 표현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때 번역가님은 적확한 국립국어원 표현을 선택하시나요? 아니면 대중이 더 많이 쓰는 표현을 선택하나요? (예컨대 핼러윈 vs 할로윈 같은...실제로 핼러윈이라고 번역해 내보냈다가 '번역가가 할로윈도 제대로 못쓰냐는 민원 아닌 민원을 받았거든요 ㅠㅠ)
3) '더 좋은 번역'을 위해 지금 하고 계시거나 공부하고 계신 게 있으신가요?
영화를 보다보면 괜찮은 대사지만 너무 의역일 경우 갸웃허게 될 때도 있는데요. 번역가님은 정확한 번역과 유연하개 의미를 살리는 번역의 균형을 어떻게 잡으실지 궁금해요.
또 사소한 질문은 대체로 작업하며 한 영화를 몇 회 정도 보시는지… 가장 고민했던, 오래 걸렸던 작품이나 대사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홍지현 한국어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번역가들이 대부분 앓고 있는 질환(?)입니다. 치료법은 없는 것 같고요. 글을 쓸 때는 대화와 달리 검색할 시간이 많아서 여러모로 검색해 보고 쓰고 있어요.
이번에 나온 책을 읽었는데 번역가라도 반드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글이 너무 맛깔스럽고 잘 쓰시더라고요. 윤여정 배우 이야기나 어머님 이야기가 좋았어요 뭉클해졌고. gv 이야기도 좋았어요
이번 책을 어떤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나요?
에세이스트로서 좋아하는 작가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뽜밹렄딬 개봉한 지 오래된 영화가 재개봉할 땐 재번역을 거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십중팔구는 기존 번역으로 개봉합니다. 비용 문제도 그렇지만 여러가지 걸리는 문제들이 있어요. 딱히 절차상 문제될 것이 없고 번역 질에 관심이 높은 수입사라면 재개봉시 더 큰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재번역을 하긴 해요. 영화만이 아니라 블루레이 시장에서도 그런 일이 종종 있고요. <마지막 황제> 같은 블루레이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워낙 많았기에 제가 통째로 다시 번역해던 예예요.
@기저귀 뭔가를 하면 writer's block 같은 게 해소된다! 라는 게 있으면 너무 좋겠어요. ㅠ 저는 딱히 없어서 꾸역꾸역 할 뿐입니다. 어쨌든 하다 보면 풀리고요. 프로라면 풀려야 해요. 일이니까요. 답답할 때 샌드백을 치러 체육관에(5년차 복서예요) 가는 일은 있어요.
입시상담 같아서 민망하기도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번역을 하다보면 ‘아 내가 이렇게 한국말을 못하나’ 싶어 좌절할 때가 많은데요. 번역가 님은 처음에 한국어를 좀 더 잘하기(?) 위해 하신 노력들이 있을까요?
@popo 써놓고 보니 특정 독자층에게 읽힐 책 같진 않더라고요. 아마도 저와 결이 맞는 독자님들에게 읽을만한 책이 될 것 같은. 서점 나들이 가셨다가 한두 꼭지 정도 읽어 보시고 결이 맞다 생각하시면 보시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
질문받SO - 황석희 편 댓글 당첨자입니다.
@schiele @홍지현
아래 메일로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시면, 커피 쿠폰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jay@alookso.com (메일 수신 기간 : ~ 12월 13일까지)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muruybi 외부 일정이 많아서 사이사이 일을 해야 하는 경우를 빼면 밖에서 작업하지 않아요. 그 작은 화면 하나를 띄워놓고 작업한다는 게 너무 불편한 일이거든요. 집에서 34인치, 27인치 모니터 두 개를 띄우고 기계식 키보드를 난타해 가면서 치열하게 번역해야 제가 원하는 환경에서 작업이 가능해요.
@JoR 아무래도 개봉관 시장과 OTT 시장은 사실상 별개의 시장이라 상황이 많이 달라요. 저도 할로윈, 핼러윈 등 쓸 때마다 턱턱 막히는 것들이 있는데요. 가능하면 언중이 많이 쓰는 것들을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자막은 글이 아니라 말이거든요. 제 원칙은 그렇지만 OTT 시장에선 아마 칼같이 지켜야 할 거예요. 가이드라인이 너무나 명확히 있으니까요.
@홍지현 한국어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번역가들이 대부분 앓고 있는 질환(?)입니다. 치료법은 없는 것 같고요. 글을 쓸 때는 대화와 달리 검색할 시간이 많아서 여러모로 검색해 보고 쓰고 있어요.
@QOQO98 아예 영문을 잘못 듣고서 비난하는 경우가 가장 황당하죠. 거의 50% 이상은 그런 예예요. 정말 변명의 여지도 없는 오류를 지적하시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