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일
2023/02/16
일터가 집인 주부에게 여행은 큰일이다. 퇴근도 휴가도 없는 직장에서 일이 곧 삶이고 생존인 생활을 지속하다 보면 일하지 않는 삶은 두렵게 여겨지기도 한다. 나의 존재 가치가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여행을 결심한다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일이다. 좋아서 하는 일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로 무감하게 해 왔던 일들을 내려놓고 여행을 떠났다. 국도 반찬도 준비하지 않고 냉장고를 텅텅 비운 후 모든 집안일과 절반의 육아를 남겨두고 비행기에 올랐다. 끄지 않아도 되는 핸드폰 전원을 끄고 뜨개질을 하다 기내식이 나오면 식사를 하고 불이 꺼지면 잠을 잤다. 입국 심사 줄에서는 딸과 끝말잇기를 하며 책을 읽었고 숙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는 낮잠을 잤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지만 일은 하지 않는 시간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어색함마저 한국에 두고 온 듯 자연스러웠다.
좋아하는 일만 했다. 짐을 풀어 옷을 정리하고 화장품을 일렬로 세워두는 일은 좋아하는 일이다. 빨래를 하고 쌓여있는 물건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도 좋아한다. 신선한 과일을 탁자에 올려두고 먹고 싶을 때마다 집어 먹었다. 뜨개질을 하며 텔레비전을 보고 빨래를 개며 어제 쓴 돈을 생각했다.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쓰고 수다를 떨고 싶으면 밤새 이야기를 했다. 도시를 이동할 땐 한국에서 챙겨간 책을 읽었다. 아이를 잘 구슬려 가고 싶은 곳의 절반 정도를 다녀올 수 있었다. 애초에 12일 동안 2가지 정도의 계획만 가지고 출발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뭘 더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었다. 남는 것이 시간이었다.
하루 걸러 한 번씩 미술관에 갔다. 미술관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굿즈샵에서 돈을 썼다. 모든 작품을 다 봐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서 가고 싶은 전시실만 다니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놀았다. 조르조 데 키리코의 사랑의 노래를 보며 수술용 장갑이 꼭 우리집 부엌의 고무장갑 같다며 킥킥거렸다.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다뉴브에 등장하는 벨베데레 앞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떡볶이와 잔치국수를 파는...
[합평]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을 하나 하나 나열하신 글에서 이런 생각들의 합집합으로써 홈은님의 '일'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저 일에 대한 생각만이 아니라, 실제로 하고 있는 일 만으로도 이만큼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홈은님께 있어 일이란, 그저 두리뭉실하게 연결된 추상적인 생각이 아닌, 그 끝에 명확한 호불호, 신념, 행동까지가 연결된 뚜렷하고 구체적인 개념으로써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닐까 추측해 보게 되네요.
개인적으로는, 뒤에서 두 번째 문단이 특히 좋았습니다. '좋든 싫든'이라는 말 뒤에 나온 문단이라서 그럴까요. 직접적으로 생각을 담은 문단은 아니었지만 묘하게 좋든 싫든이라는 양가감정이 느껴지는 문장들이었어요.
이번 글도 참 좋네요!
@홈은
[합평]
일을 주제로 썼지만, 평소에 하시던 가사 업무를 잠시 내려 놓는 여행 이야기를 글로 써주셨네요. 즐거운 일만 가득 하시고 온 것 같은데, 여행은 만족스러우셨는지요.
해야할 일을 끊어내니 내가 드러냈다. 라는 대목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해야할 일에 묻혀버린 나의 존재를 여행을 통해 찾아내셨다니. 몹시 부럽군요.
여행에 돌아오고나서 다시 시작되는 나의 일, 가사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기억해내서 써 나갈 정도로 가사에 능숙한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요리를 해야만 하는 자신의 모습을 덤덤하게 기술한 모습이 오히려 어색한 느낌이 났던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일을 하지 않는 모습에서 드러났던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합평]
합평을 다른 글들과 떼어서 봐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홈은 님의 글들 중에 이번 글은 덤덤한 문체속에 따듯함과 마음의 편안함의 기운이 느껴지는 글이였어요. 여행을 가기 전 집안일을 두고 떠나는 주부의 마음으로 시작해서 - 다시 집에서 빨래와 빵을 만드는 홈은님. 갑갑하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좋네요. 아마도 찾아서 쓰지 않았을 레시피에서 프로 주부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여행지에서도 소소한 행복과 장소의 변화 말고는 일상과 같은 결을 유지하는 느낌이였어요. 그 안에서 또 다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일에 공감해주는 내용이 함께 하고 있었지만.
잔잔한 부지런함을 저의 한번에 모아쓰는 추진력과 반만 바꾸시죠.
좋은글 감사합니다.
[합평]
남을 부러워하는 것은 스스로의 정신건강에 별로 유익한 것이 아니지만, 글을 보며 3가지가 부러웠습니다.
첫째로, 12일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공식적인 일정이 2개 밖에 없다는 것이 부러웠어요. 여행의 경험이 많지도 않지만 어딘가로 떠날 여건 자체가 안되다 보니,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서 항상 타이트한 일정에 몸도 마음도 바빴던 것 같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분주하게 다니며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업무처럼 느껴진 적이 있었는데, 여유를 만끽하는 듯한 모습이 무척 부럽습니다.
둘째로, 업(業)으로 삼고 있는 일 자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이 부럽습니다. 저도 한달 정도 어설픈 주부모드(?) 인데, 아직 전업이 아니라 일의 무게를 정확하게 느끼진 못하고 있지만, 출산과 육아부터 꾸준히 주부의 일을 좋아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성향이나 태도는 아닌 것 같아요. 이 일(?)이 잘 맞다고 하시니 그것 또한 부럽습니다.
셋째로, 하고싶지 않아도 해야하는 순간들로 지칠 때,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루틴이 명확한 것이 부럽습니다. 도서관 방문이나 뜨개질, 담요만들기를 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리프레쉬가 되고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힘들 때마다 셀프 리프레쉬를 하는 삶을 통해 메타인지가 잘 형성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기쁘게 해주는 일에 둘러쌓여 삶의 마지막을 맞이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지 않을까요.
문득 나를 기쁘게 해주는 일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합평]
홈은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온갖 색감들이 저를 둘러싸고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행복한 착각에서 잠시 빠져 멀쩡한 정신으로 돌아오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동안 홈은님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번 주제에 관한 글은 빠르게 듣는 음악같은 글? 혹은 미술같은 글로 다가왔습니다.
내용중에 '좋아하는 일만 했다.'는 그 여유가
'하루 걸러 한 번씩 미술관에 간' (갈 수 있는)그 환경이
그리고
'해야 할 일을 끊어내며' 나를 드러내며 명확한 일을 찾아내는 손끝 야무진
것 하며... 그 모두가 어떤 이에게는 (저에게는) 로망이지만
현재를 누리는 홈은님이 부럽네요. ^^
조를조- 의 '사랑의 노래'의 주황색 축 늘어진 장갑이 문득 내 책상
양쪽에서 주황빛으로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마그리스의 다뉴브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워낙에 여행기의 오딧세이가 같아서 언젠간 읽어야지
벼르고만 있다가 그만 노안이 와버렸습니다.
'지칠 때까지 걷고 택시로 돌아오는' 건 저와 비슷해서 좀 웃었습니다.
전반에 깔려 있는 아이들의 엄마, 정리를 잘 하는 주부의 손길이
소박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네요.
경쾌하다는 느낌은 지난번에도 느꼈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더더욱 선명한 색감으로 홈은님의 말(말을 빨리 할 것 같은)에
속도가 붙어 거침없이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아니
술술 잘 읽었습니다. :)
[합평]
이번 글을 통해 홈은님이 어떤 분인지 깊이 알게 된 느낌입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의 순간들도 인상 깊었지만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들이 진짜 홈은님을 만나는 듯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빵을 만들고, 밥을 짓고, 빨래를 돌리는 모습은 부지런하지만 급하지 않고 천천히 정성을 들여 일을 해내는 느낌입니다. 아마 집안일뿐만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주부로서의 나에 대해 생각을 해 보고 , 게으름을 피우는 지금 반성의 시간에 들어갔습니다. ㅎ
마치 인터뷰집을 읽는 듯한 후일담까지 읽으니 여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에 잠시 함께한 기분이 듭니다.
소신과 주관이 뚜렷한 멋진 주부 홈은님의 ‘일’ 응원합니다!!
[대단한 성과로 드러나지도 않고 때로는 무의미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를 기쁘게 해주는 일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살아야지. 죽는 순간까지.]
멋집니다!!
[합평]
여행하는 일. 그렇죠. 여행도 일이죠.
적당히 설레고 적당히 낯설고 적당히 피곤한 일...
여행을 하면서 뜨게질을 했다는게 꽤나 놀라움으로 다가옵니다.
홈은님의 평소 모습을 엿보게하는 대목이군요.
도시를 이동할 땐 경치를 봐야지 책을 읽으시다니...
책과 요리와 정리와 뜨게질을 좋아하시고 그 중에서도 사람을 제일 좋아하시는 홈은님. 오늘도 기쁨을 주는 일에 둘러싸여 행복하시길 빕니다.
[합평]
저도 막 여행을 다녀와서일까요. 저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럼에도 또 비슷한 생각의 흐름들을 더듬듯 읽으며 많이 공감하기도 하고, 마치 홈은님을 따라 여행하고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니컬하면서도 따뜻한, 자신만의 취향과 속도가 분명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온전히 에세이스러운 에세이를 마주합니다.
사실 저는 여행 다녀오자마자 다시 밥을 해야 하는 일상에 놓인 게 싫어서 짜증을 부렸거든요. 반면에 그런 일상을 즐기는 홈은님을 보면서 참 다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새삼 다시 느끼네요.
그런 홈은님의 삶과 생각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셔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이제 돈을 합평하러 가야...;; 너무 일찍 쓰셨...;;
레시피 읽는데 저도 모르게 두뇌 이미지 메이킹 시전했네요...!! 잘지내시죠?! 여전히 배울점 투성이 홈은님 ^^
이 글을 통해 홈은님이 어떤 일들을 좋아하시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합평]
저도 막 여행을 다녀와서일까요. 저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럼에도 또 비슷한 생각의 흐름들을 더듬듯 읽으며 많이 공감하기도 하고, 마치 홈은님을 따라 여행하고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니컬하면서도 따뜻한, 자신만의 취향과 속도가 분명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글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온전히 에세이스러운 에세이를 마주합니다.
사실 저는 여행 다녀오자마자 다시 밥을 해야 하는 일상에 놓인 게 싫어서 짜증을 부렸거든요. 반면에 그런 일상을 즐기는 홈은님을 보면서 참 다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새삼 다시 느끼네요.
그런 홈은님의 삶과 생각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셔서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이제 돈을 합평하러 가야...;; 너무 일찍 쓰셨...;;
강부원 님
기빨려서 요쿠르트 아줌마 글 못 읽겠어요 일단 킵 ㅋㅋㅋㅋㅋ
빅맥쎄트 님
네! 어뜨케 밥 좀 해드려요? 내일 유부초밥인데 특송 가나요 ㅋㅋㅋ
콩사탕나무 님
무계획이 계획인 여행이라 적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요 ㅋㅋㅋㅋ 가늘고 길게 생각날 때마다 쓸 것 같아요 많관부 ㅎㅎㅎ
너무 멋진 인생, 부러운 인생입니다!!
즐거운 여행기도 올려주세요^^
여행중 아이의 엄마와 나눈 대화가 인상깊어요^^
‘그런데 우리가 꼭 아이들의 생각을 알 필요가 있나요. 그냥 사랑하며 말해주는 것만 들어요.‘
쉽지만 어렵네요. ㅎㅎㅎ
맛있어 보이는 부러운 일상입니다. 복귀하셨나 보네요!
웰컴 일상!!
[합평]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을 하나 하나 나열하신 글에서 이런 생각들의 합집합으로써 홈은님의 '일'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저 일에 대한 생각만이 아니라, 실제로 하고 있는 일 만으로도 이만큼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홈은님께 있어 일이란, 그저 두리뭉실하게 연결된 추상적인 생각이 아닌, 그 끝에 명확한 호불호, 신념, 행동까지가 연결된 뚜렷하고 구체적인 개념으로써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닐까 추측해 보게 되네요.
개인적으로는, 뒤에서 두 번째 문단이 특히 좋았습니다. '좋든 싫든'이라는 말 뒤에 나온 문단이라서 그럴까요. 직접적으로 생각을 담은 문단은 아니었지만 묘하게 좋든 싫든이라는 양가감정이 느껴지는 문장들이었어요.
이번 글도 참 좋네요!
@홈은
[합평]
일을 주제로 썼지만, 평소에 하시던 가사 업무를 잠시 내려 놓는 여행 이야기를 글로 써주셨네요. 즐거운 일만 가득 하시고 온 것 같은데, 여행은 만족스러우셨는지요.
해야할 일을 끊어내니 내가 드러냈다. 라는 대목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해야할 일에 묻혀버린 나의 존재를 여행을 통해 찾아내셨다니. 몹시 부럽군요.
여행에 돌아오고나서 다시 시작되는 나의 일, 가사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기억해내서 써 나갈 정도로 가사에 능숙한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요리를 해야만 하는 자신의 모습을 덤덤하게 기술한 모습이 오히려 어색한 느낌이 났던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일을 하지 않는 모습에서 드러났던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합평]
합평을 다른 글들과 떼어서 봐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홈은 님의 글들 중에 이번 글은 덤덤한 문체속에 따듯함과 마음의 편안함의 기운이 느껴지는 글이였어요. 여행을 가기 전 집안일을 두고 떠나는 주부의 마음으로 시작해서 - 다시 집에서 빨래와 빵을 만드는 홈은님. 갑갑하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이 좋네요. 아마도 찾아서 쓰지 않았을 레시피에서 프로 주부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여행지에서도 소소한 행복과 장소의 변화 말고는 일상과 같은 결을 유지하는 느낌이였어요. 그 안에서 또 다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일에 공감해주는 내용이 함께 하고 있었지만.
잔잔한 부지런함을 저의 한번에 모아쓰는 추진력과 반만 바꾸시죠.
좋은글 감사합니다.
[합평]
남을 부러워하는 것은 스스로의 정신건강에 별로 유익한 것이 아니지만, 글을 보며 3가지가 부러웠습니다.
첫째로, 12일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공식적인 일정이 2개 밖에 없다는 것이 부러웠어요. 여행의 경험이 많지도 않지만 어딘가로 떠날 여건 자체가 안되다 보니,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서 항상 타이트한 일정에 몸도 마음도 바빴던 것 같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분주하게 다니며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보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업무처럼 느껴진 적이 있었는데, 여유를 만끽하는 듯한 모습이 무척 부럽습니다.
둘째로, 업(業)으로 삼고 있는 일 자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이 부럽습니다. 저도 한달 정도 어설픈 주부모드(?) 인데, 아직 전업이 아니라 일의 무게를 정확하게 느끼진 못하고 있지만, 출산과 육아부터 꾸준히 주부의 일을 좋아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성향이나 태도는 아닌 것 같아요. 이 일(?)이 잘 맞다고 하시니 그것 또한 부럽습니다.
셋째로, 하고싶지 않아도 해야하는 순간들로 지칠 때,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루틴이 명확한 것이 부럽습니다. 도서관 방문이나 뜨개질, 담요만들기를 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리프레쉬가 되고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힘들 때마다 셀프 리프레쉬를 하는 삶을 통해 메타인지가 잘 형성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기쁘게 해주는 일에 둘러쌓여 삶의 마지막을 맞이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지 않을까요.
문득 나를 기쁘게 해주는 일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합평]
홈은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온갖 색감들이 저를 둘러싸고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행복한 착각에서 잠시 빠져 멀쩡한 정신으로 돌아오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동안 홈은님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번 주제에 관한 글은 빠르게 듣는 음악같은 글? 혹은 미술같은 글로 다가왔습니다.
내용중에 '좋아하는 일만 했다.'는 그 여유가
'하루 걸러 한 번씩 미술관에 간' (갈 수 있는)그 환경이
그리고
'해야 할 일을 끊어내며' 나를 드러내며 명확한 일을 찾아내는 손끝 야무진
것 하며... 그 모두가 어떤 이에게는 (저에게는) 로망이지만
현재를 누리는 홈은님이 부럽네요. ^^
조를조- 의 '사랑의 노래'의 주황색 축 늘어진 장갑이 문득 내 책상
양쪽에서 주황빛으로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마그리스의 다뉴브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워낙에 여행기의 오딧세이가 같아서 언젠간 읽어야지
벼르고만 있다가 그만 노안이 와버렸습니다.
'지칠 때까지 걷고 택시로 돌아오는' 건 저와 비슷해서 좀 웃었습니다.
전반에 깔려 있는 아이들의 엄마, 정리를 잘 하는 주부의 손길이
소박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네요.
경쾌하다는 느낌은 지난번에도 느꼈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더더욱 선명한 색감으로 홈은님의 말(말을 빨리 할 것 같은)에
속도가 붙어 거침없이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아니
술술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