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를 들어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9/03
어둔 밤 하나를 건너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왼발이 오른발을 옮기고 그렇게 오른발을 왼발이 따르며 걷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아득히 먼 나의 집을 바라다봅니다. 

흐린 하늘로 은단 같은 별 하나. 

언젠가 침대 아래 검은 어둠을 들여다보다가 그 검은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발하는 점 하나를 발견합니다. 손을 뻗어선 닿을 수 없던 침대 아래 그 빛을 30cm 자를 손끝에 쥐고 어깨까지 침대 아래로 집어넣었습니다. 작은 은단 하나가 커다랗게 굴러 나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금연을 위해 간혹 드시던 은단 한 알은 화 한 향이 코끝을 쓰다듬으며 풍겨왔습니다. 먼지를 털어내면 낼수록 ‘은’은 사라지고 ‘단’ 만 남아서 빛이 사라지던 그 작은 것이 하늘에 박혀 있습니다. 아버지는 결국 금연을 하지 않은 채 돌아...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언제나 겨울이었어
2.5K
팔로워 794
팔로잉 8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