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에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노영식 · 석기시대 언어학자
2023/10/30
한반도는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아 왔다. 사계절이 뚜렷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어떻게 만들어진 말이 변한 것일까.

https://www.youtube.com/watch?v=4cqhC_paryE


긴 세월 속에서도 현대국어에 봄과 여름 단어에 -ㅁ 받침이, 가을과 겨울 단어는 -ㄹ 받침이 공통이다. 민간 어원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봄과 여름 단어의 -ㅁ 받침을 잠, 꿈, 울음 등에 보이는 접미사 -(으)ㅁ 받침과 같은 종류로 보고 봄과 여름 단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종종 생각한다. 밤, 가슴, 오줌 같은 종류의 단어도 있다. 사계절에서 -ㅁ 받침이 공통인 봄과 여름 단어는 두 계절이 이웃하여 어떤 언어 화석이 박혀 있을 듯한 느낌을 준다. 민간 어원은 언어 화석에는 보통 취약하다. 현미경으로 봐도 잘 안 보일 것을 맨눈으로 알아보려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받침에서 봄과 여름이 한 벌이고 가을과 겨울이 한 벌이다. 중세국어에서도 사정은 변함이 없다. 방언에서는 가을이 가실 ~ 가슬, 겨울이 겨실 ~ 겨슬 같은 형태로 -*슬 ~ -*실 공통 부분이  -ㄹ 받침에서 확대되어 관계가 더 조밀해진다.

조선 시대 훈민정음(1446) 이전 고려 시대 어휘사 자료 기록으로 귀중한 《계림유사》에는 이슬[로露]과 서리[상霜]를 같은 단어로 표기했다.
露曰率. 노왈솔.
霜曰率. 상왈솔.
《계림유사》(1103).
이슬은 이실, 이술 방언형이 보인다.
이슬
지역어(방언) 이실(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 중국 길림성, 중국 요령성, 중국 흑룡강성), 이시락(전남), 으슬(평북, 중국 요령성), 이술(평안, 중국 요령성)
《우리말샘》 (국립국어원, 2016).
https://opendict.korean.go.kr/dictionary/view?sense_no=479978&viewType=confirm
이슬은 기온이 내려간 날씨로 생긴다.
고대인은 일상생활에서 가을(가실 ~ 가슬), 겨울(겨실 ~ 겨슬) 단어에 해가 짧아지면서 기온이 내려간 날씨를 나타냈다. 가을은 기온이 조금 내려가고 겨울은 기온이 크게 내려간다. 봄은 기온이 조금 올라가고 여름은 기온이 크게 올라간다. 봄이 되면 얼었던 대지에 온기가 돌고 새싹이 트고 여름이 되면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 되면 단풍 들고 겨울 되면 낙엽이 진다. 자연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시각으로 봄, 여름은 온기의 대소, 가을, 겨울은 냉기의 대소를 알 수 있는 어휘를 찾아나설 것이다. 온기와 연관이 있는 단어에 '미지근하다'가 보인다. 봄, 여름 단어의 -ㅁ 받침은 고대국어에 사람 이름 '순'과 '순이'처럼 단어 끝 '-이' 유무가 있어서 '-*미'[溫]를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자료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다. 단어 만드는 법이 잠, 꿈, 울음 등에 보이는 접미사 -(으)ㅁ 받침으로는 파생법이 되고 '-*미'[溫]로는 합성법이 되어 태백산맥에 떨어진 빗방울이 동해와 황해로 운명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민간어원으로는 합성법을 생각하기 어렵다.
 
시작이 반이다. 화룡점정을 향해서 나아간다.  주변 언어와 국어의 언어 화석에서 '-*미'[溫] 자료와 대소 어휘 자료를 찾아 선보이겠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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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년 전 구대륙 인류의 신대륙 확산 이후 단절된 언어 비교로 석기 시대의 언어를 발굴한다. 특히 남미 안데스 산중 티티카카 호반의 언어와 아시아 언어를 비교한다. 각 언어 전문가 논저와 DB를 이용해 신뢰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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