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2] 매듭

나철여
나철여 · 할미라 부르고 철여라 읽는다^^
2023/06/02
비밀로 매듭지어진 게 한 둘이 아니다. 비밀을 더 이상 숨길 수도 없다.
30년도 더 된 그때의 나로 살아 갈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덮어 둔건 나도 궁금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 날이다. 평생 묻어 갈 비밀의 덮게를 열어젖히는 순간 더 이상 허물도, 비밀도, 아닐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다. 


<내 남편은 안 그래>

누군가, 그 누구도 장담 못하는 말 중 하나라 했다. '내 남편은 안 그래.'
나도 그랬다.  

하필,
가장 힘든 바닥을 기고 있을 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따르릉~) "여보세요 아~ 네 잘못 걸린 전화 같습니다." 남편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아들이 시험기간이라 바로 옆, 방 같은 좁은 거실에서 시험공부를 도와주고 있었다.

연이어 또 전화벨이 울렸다. 남편은 주춤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날아가다시피 해서 수화기를 들었다. 아무 말 않고 딱 3초 뒤
"듣기만 하세요 지난번 만난 '거기'로.." 하는데 그대로 수화기를 남편의 귀에 갖다 대 주고는 다시 아들 시험공부를 도왔다.
나의 예감은 적중했다. 벌렁 거리는 가슴은 숨을 멎게 했다.

그때부터 나는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에 빠지지 않기를 빌면서 생각 따로 말 따로다.
중2아들은 수화기를 던지듯 끊어버리는 아빠와 날 번갈아가며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남편의 얼굴은 굳다 못해 홍당무가 되어있다. 아들은 빨간 신호등을 직감한 듯했다.
그날 밤은 무척 길었다. 남편은 말이 없다. 다른 방을 선택할 방이 없어 같이 누워있지, 동상이몽이다.

자는 둥 마는 둥,
아이들이 등교한 후 바로 전화국으로 달려가 우리 집 통화내역을 조회했다.


92년, 서울서 대구에 빈손으로 내려와 석 달을 백수로 지냈다.
공중전화카드를 쓰고 유선전화기가 주로 통화수단이었던 때다. 친정으로 밑반찬 가지러 가는 몇 시간, 그때를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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