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박고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3/03/17
 누구에게나 말 없는 밥을 먹는 시절이 있겠지. 나에게도 무언의 전쟁 같은 밥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와중에 맹렬해지는 식욕에 대한 고찰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오늘 이 시를 읽으며 문득 그 시절이 떠올랐다. 이들의 시간 뒤는 무엇이 남았을까. 아무것도 남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나는 폐허가 되었고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나를 담금질하는 시간이 쌓여갔다.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던 시간. 시간 위에 시간을 쌓고 삶 위에 삶이 쌓여갈 뿐, 내가 무엇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교만일지도 모른다.
   
말 없는 식사
/길상호
   
그쳤던 눈이 다시 굵어지고
저녁이 빈 심장을 굴리며 찾아왔다
   
우리는 늘 그랬던 것처럼
고드름을 떼어 국물을 우리고
향기도 없는 눈꽃을 버무려
한 끼 식사를...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137
팔로워 159
팔로잉 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