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이 앗아간 내 신발 한 짝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3/02/08

"순풍 산부인과", "지붕 뚫고 하이킥" 등 한때 시트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요새도 유튜브로 과거 영상을 손쉽게 볼 수 있으니 오래전에 방영했지만 내 기억에 남는 유명 시트콤은 그 당시 태어나지 않은 지금의 어린 친구들도 모두 알만큼 아직도 대단한 인기몰이 중이다.

그 재미난 걸 생생하게 본방으로 봐야 더 재미있을 텐데 "지붕 뚫고 하이킥"을 끝으로 시트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니 앞으로 새로운 시트콤을 보게 될 가능성은 더 희박해졌다. 물론 최근 이서진, 라미란 등이 출연한 병원 배경의 시트콤 같던 드라마가 방송하기도 전에 열혈 홍보를 해가며 대박이 날 것이라며 모두 기대를 모은 적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지나친 오버연기에 시청자들은 어디에 눈을 둘지 몰라 난감해하다 결국 시청률은 바닥과 키스를 해버리는 민망한 결과만 가져오고 말았다.

소리도 없이 망해버린 시트콤이 너무 그리웠는지 결국 나는, 나 혼자 시트콤을 찍고 앉아 있는 경지까지 이르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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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약 이십여 년 전 내 나이 이십 대 중반
장소는 강남 한복판 어느 지하철 역.
시간은 혼잡한 아침 출근시간이다.

아침 출근 시간은 생각만 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게다가 강남 한복판의 지옥철이라니... 지금도 상황은 여전한지 아침출근 시간을 안 겪은 지 꽤 오래되어 잘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 굉장히 사람이 많을 때는 두 발이 땅에 닿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밀려 이동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혼잡 그 자체였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배차 간격보다 차를 타려 모여드는 인파 속도가 더 빠르니 안 그래도 혼잡한 역내에 차가 들어오면 더욱 정신머리가 사납다. 이번 차를 놓치면 지각일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살짝살짝 새치기를 하려는 낌새가 보일라치면 이미 줄을 서 있던 사람은 자신의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굳건하게 자기 자리를 버텨야 했고 소리만 없었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나도
그 아수라장 한복판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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